부산 건설업자 “검사 60~70명에 향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8년간 술집 접대 기록 등 공개
檢 “비리기소 되자 보복성 음해”

부산의 한 건설시행업자가 수년간 부산 경남 지역에서 근무했던 검찰 간부와 평검사들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향응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부산 N건설 대표이자 검찰 범죄예방위원을 지낸 정모 씨(51)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0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검사들을 접대한 내용을 자필로 적은 문건을 공개했다.

정 씨는 이 문건에서 “2001년부터 지난해 4월 30일까지 적게는 식사, 많게는 2, 3차 향응과 성 접대를 받은 검사가 매년 60, 70명 정도로 꾸준히 스폰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12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연도별로 검사들을 접대한 사례 30여 건이 소상하게 적혀 있으며, 실명이 등장하는 전현직 검사는 57명이다. 정 씨는 일부 검찰 간부에게는 택시비 명목 등으로 100만 원가량의 촌지를 줬다는 주장도 했다. 정 씨는 “2003년 오락실 사건 때 검찰에 당하고 나서 몇 월 며칠 어느 술집에서 접대했다는 걸 접대한 다음 날 아침에 적어놨다”며 “한 달 전 서울에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 3명에게 문건을 건넸고, 이게 MBC PD수첩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MBC PD수첩은 이를 20일 방영할 예정이다.

이번 폭로의 동기에 대해 정 씨는 “지난해 경찰 수사를 받을 때 A 검사장에게 ‘억울하니까 바로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되레 검찰에 송치되자마자 구속되고 나머지 혐의까지 추가 기소됐다”며 “내 죄는 죄지만 검사들의 잘못된 부분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지난해 8월 경찰 수사 무마 청탁과 관련해 구속 기소됐으며, 올해 2월 경찰 총경 승진인사 청탁과 관련해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현재는 신병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정 씨가 수사를 받을 때 A 검사장에게 문자메시지로 ‘당신, 나를 이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으나 A 검사장은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했다”며 “그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19일 MBC 측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 씨의 제보는 추가 기소를 한 데 대해 보복성 음해를 한 것으로 범죄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신뢰성 없는 문건을 토대로 실명까지 거론해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 행위”라며 방영 계획의 재고를 요청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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