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게이머들 ‘스타크’ 승부조작 가담”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검찰, 프로협회 의뢰로 전현직 10여명 수사
고의로 져주고 불법사이트서 거액 챙긴 혐의

소문만 무성하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의 승부조작설이 결국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전현직 프로게이머 10여 명이 승부 조작을 통해 불법 베팅 사이트에서 고액의 배당금을 챙긴 의혹을 포착하고 지난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위재천)는 최근 e스포츠협회의 김모 국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불법 베팅 사이트 운영자와 브로커 역할을 한 전직 프로게이머 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국장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조해 불법 베팅 사이트를 모니터링해왔지만 해외 서버를 옮겨 다녀 추적이 쉽지 않았다”며 “전현직 선수들이 연루된 승부 조작 의혹이 불거져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14일 밝혔다.

현행법상 스타크래프트 경기에 금품을 거는 것은 불법 도박에 해당한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발행되는 스포츠토토 복권을 사거나 특별법으로 허용된 경마와 경륜, 경정 등을 통해서만 합법적으로 돈을 걸고 승부를 즐길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승부 조작은 속칭 ‘놀이터’라고 불리는 불법 웹사이트를 통해 진행된다. 해외 서버로 운영되는 이들 사이트는 인터넷 게임 카페 등을 통해 소수의 회원에게만 개설 사실을 알린다. 단속이 의심스러우면 다른 서버로 옮겨간 뒤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등 ‘떴다방’ 식으로 운영돼 추적이 쉽지 않다. 판돈은 게임당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 조작은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의 브로커가 후배 프로게이머를 돈으로 유혹하면서 시작됐다. 브로커들은 우선 프로리그나 개인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프로게이머에게 접근해 “경기에 져 주면 사례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이들은 베팅 참가자들이 대체로 성적이 좋은 게이머에게 돈을 거는 점을 역이용해 실력이 처지는 상대 선수에게 베팅해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들은 또 프로게임단 연습생을 돈으로 매수한 뒤 유명 선수의 연습 동영상 파일을 불법으로 빼내 전략을 미리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게이머들은 대개 10대 중후반에 프로 선수로 데뷔한 뒤 20대 중반이면 은퇴를 강요받는다. 특히 프로게임단 2군 선수들은 연봉이 매우 적어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의 한 게임 해설자는 “한때 영웅처럼 살면서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던 20대의 젊은 선수가 어린 후배들에게 밀려나기 시작하면 크게 ‘한 건’ 올리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e스포츠협회는 스타크래프트 승부 조작 문제가 제기되자 최근 프로리그의 출전 선수 명단을 사전에 예고하던 기존 진행 방식을 경기 당일 현장 공개로 변경했다. 선수와 브로커의 접촉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프로게임단도 승부 조작에 연루된 선수를 퇴출시키거나 사실 확인을 위해 경기 출전을 막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