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드디어 3월 셋째주, 엄마들의 ‘D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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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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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부모총회 땐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팁 좀 줘봐. 올해 우리 애 담임선생님이 자기 애 5학년 때 담임이셨잖아.” “나도 그땐 활동을 잘 안 해서 몰라. 나야말로 이번에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 처음 만나는 건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담임 맡으신 게 처음인지 선생님 이름도 처음 들었어.” 11일 오후 2시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커피전문점. 테이블 곳곳에 학부모들이 서너 명씩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모피 조끼에 가죽 부츠, 검은색 정장바지에 깔끔한 코트, 알만한 명품 브랜드 가방으로 멋을 낸 학부모들은 처음 만나는 자녀의 담임교사와 곧 있을 학부모총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3월 셋째 주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총회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기간. 총회는 학부모가 자녀를 1년 동안 지도할 담임교사를 만날 수 있는, 공식적으론 최초의 자리다. 교사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학기 들어 3주 동안 담임교사가 내 아이를 어떤 학생으로 판단했는지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초등 학부모총회 러시… 선생님과 첫만남 조마조마


초등 저학년의 경우 수업준비 요령, 등하교 지도, 학사일정 등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사항이 전달되는 시간인 만큼 빼먹을 수 없다. 하지만 엄마들로선 고민이다. ‘꼭 가야 하나?’ 하는 고민에서부터 ‘어떤 옷을 입어야할까’ ‘선생님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 고민까지….

학부모총회, 도대체 왜 중요한 걸까. 학부모총회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학부모총회를 지혜롭게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직장엄마 김윤진 씨(37·서울 강남구)는 얼마 전 초등 1학년인 큰아들이 받아온 학부모총회 안내장을 보고 한숨부터 나왔다. 최근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팀장이 되어 바쁜 데다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 아이까지 돌봐야 하느라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 김 씨는 고민 끝에 안내장에 ‘총회 불참’ 표시를 해 보냈다.

김 씨의 이야기를 들은 선배엄마는 “1학년 때 학부모총회에 불참하는 배짱 좋은 엄마가 어디 있느냐”면서 “월차 내고 둘째 아이를 데리고서라도 꼭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첫아이라 경험이 없어 총회는 열성엄마들만 가는 줄 알았다”면서 “내일쯤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서 참석하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총회 참석 여부를 두고 직장엄마들은 갈등에 휩싸인다. 참석하자니 부담스럽고 안 가자니 자녀교육에 무관심한 학부모로 찍혀 혹시라도 아이에게 해가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참석했다가 덜컥 녹색 어머니회 대표, 급식위원회 대표 같은 보직을 맡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초등 6학년 딸을 키우는 직장엄마 강모 씨(39·서울 노원구)는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무리해서 총회에 참석했다가 5학년 때 고학년이라 한 번 빠졌는데 선생님과의 관계가 다른 때에 비해 소원해진 것 같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면서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학부모총회에서 선생님을 뵙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했다.

총회 참석률은 일반적으론 저학년 때 80%대 이상으로 매우 높다가 고학년이 될수록 낮아진다. 5학년 때 최저점을 찍었다가 6학년 때는 다소 높아진다. 최근 국제중, 영재교육원에 지원하려면 교사 추천이 중요해진만큼 선생님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학부모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총회 전 ‘사전조사’를 통해 담임교사의 성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학부모 정모 씨(41·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같은 반에 배정이 된 아이 중 그 엄마를 아는 경우엔 바로 연락해 선생님이 엄격하고 무서운 편인지, 편하고 학부모들의 활동 유무에 관대한 편인지를 알아본다”면서 “엄한 선생님으로 알려지면 불참했다가 혹시나 밉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참석률이 확실히 높아진다”고 전했다.

선배 엄마들은 가급적 학부모총회에 참석할 것을 권한다. 대부분 총회 땐 담임교사가 한 해 학급을 지도할 방향, 강조하는 과목 혹은 교과활동, 교육철학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설명을 잘 들어두면 교사의 교육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가정에서 자녀를 지도할 수 있다.

정 씨는 “예를 들어 교사가 ‘학급도서 1년에 50권 읽는 것’을 강조했다면 독후 활동을 반드시 정리해 둔다거나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한국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 배경지식을 넓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면 관련 한국사 책을 구해 읽히는 식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초교 박모 교사는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철학을 이해하고 가정에서 지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어떻게든 엿보이면 그 아이에게 한 번 더 관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1학년 학부모총회 때 친해진 학부모들과는 6년 내내 강력한 인맥으로 엮일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서울 서초구 양재동)는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학부모나 직장에 다니느라 평소에 열성적인 학부모 그룹에 끼지 못하는 학부모라면 반드시 학부모총회에 참석해야 ‘엄따’(‘엄마 왕따’의 줄임말로 다른 학부모들이 어울리기를 꺼리는 학부모를 뜻함)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교사와의 첫 만남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주부 한모 씨(38·서울 서초구)는 “교양 있고 세련된 엄마로 보이면서도 눈에 띄지 않고 싶다”고 했다. 지나치게 멋을 낸 옷차림이나 화려한 액세서리는 피하고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이 인기다.

첫 모임, 첫 만남인 만큼 교사나 다른 학부모 앞에서 경솔한 언행으로 실수하지 않을까도 큰 고민이다. 자칫 말실수로 학부모총회의 분위기를 흐리거나 교사에게 안 좋은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 6학년 딸을 둔 주부 박모 씨는 “학부모총회에 참석한 한 엄마가 공개적으로 ‘우리 아이가 유년기에 엄마랑 떨어져 있어 분리불안증이 있다’고 했는데 따로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왜 그렇게 말해서 학생에 대한 선입견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은근히 의사, 교수 등 남편의 직업을 말하는 엄마, 큰아이가 전교회장이라거나 민족사관고, 외고에 다닌다고 말을 흘리는 엄마들도 ‘밉상’”이라고 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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