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용의자 DNA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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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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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모든 역량 동원해 빨리 잡아라”

1학년 7반 17번… 그 자리엔 눈물 맺힌 백합 한 다발만…8일 이유리 양이 입학을 앞두고 있던 부산 사상구 덕포1동 덕포여중 1학년 7반 교실 맨 뒷자리에 흰 백합 다발이 놓여 있다. 성폭행 뒤 살해돼 입학하지 못한 이 양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반에 배정된 친구가 갖다 놓은 꽃이다. 부산=최재호 기자
1학년 7반 17번… 그 자리엔 눈물 맺힌 백합 한 다발만…
8일 이유리 양이 입학을 앞두고 있던 부산 사상구 덕포1동 덕포여중 1학년 7반 교실 맨 뒷자리에 흰 백합 다발이 놓여 있다. 성폭행 뒤 살해돼 입학하지 못한 이 양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반에 배정된 친구가 갖다 놓은 꽃이다. 부산=최재호 기자
8일 오후 2시 반 부산 사상구 덕포1동 덕포여중 1학년 7반 6교시. 영어교사가 출석부를 보며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렀다. 한 사람은 끝내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이 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던 17번 이유리 양(13)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교사와 친구들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이 사건만 없었다면 유리는 분명 곁에 있을 새 친구였다. 지금이라도 부르면 하늘에서 “네” 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았다.

교실 맨 뒤편 유리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책상에는 하얀색 백합 한 다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초등학교 친구 노모 양(13)이 이날 아침 울면서 놓고 간 것.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간 유리의 마음마냥 물을 머금은 백합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개인 사물함도 유리 것만 반쯤 열려 있었다. 반 친구들은 “나쁜 사람을 꼭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처음 교단에 선 담임 이모 씨(24·여)도 수업을 지켜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1학년 7반 출석부에 당분간 결석 처리는 없을 것 같다. 교사들이 지금이라도 이 양이 ‘네’ 하고 대답할 것 같아 이 양의 출석부 칸에 결석 표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양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사상경찰서는 이날 이 양 시신에서 발견된 증거물 유전자가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길태 씨(33)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를 피의자로 확정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빨리 범인을 잡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부산 경찰 7700여 명이 이날부터 전원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동영상 = 부산 실종 여중생 시신 발견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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