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F-5 조종사 안타까운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 오충현 중령, 후배 비행훈련 뒤에서 돕다…
■ 어민혁 대위, 임신 8개월 아내 남겨두고…

“고난도 훈련 하필 안개속서” 일부 유족들 울분 토로

2일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공군 제18전투비행단 105비행대대장 오충현 중령(43·공사 38기)은 공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비행시간 2792시간을 기록한 베테랑 조종사였다. 비행대대장이 훈련 중 순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중령은 2일 낮 12시 20분경 KF-5F 앞좌석의 후배 고 최보람 중위(27·공군사관후보생 118기)의 뒷좌석에 앉아 강원 강릉기지를 이륙했다. 최 중위의 비행훈련을 돕기 위해서였다. 최 중위는 기본비행훈련과정과 고등비행훈련과정에서 각각 비행단장상(1등), 작전사령관상(2등)을 받을 만큼 성적이 좋아 기대가 컸던 조종사였다.

오 중령은 대대장으로서 지상에서 후배들의 조종훈련을 지휘할 수도 있었지만 소신대로 전투기에 직접 올랐다. 그는 평소 “안주하려 하지 말고 늘 발전하려고 노력하라. 빨간 마후라의 고향(강릉기지)을 이어나갈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 숭고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오 중령은 안전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는 지난해 12월 24일 대대 홈페이지에 “안전은 하던 것을 답습하는 사람을 제물로 삼는다. 안전은 자기의 약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에게는 길을 열어준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오 중령이 최 중위와 함께 탄 KF-5F 앞에는 고 어민혁 대위(28·공사 53기)가 모는 F-5E가 있었다. 어 대위는 비행시간 441시간 보유자로 생도 시절엔 럭비 대표선수를 지냈다. 사격 실력이 뛰어나 대대 사격을 전담했던 어 대위는 임신 8개월 된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숙련된 소령급 조종사가 부족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전역하는 소령급 조종사가 늘고 있어 지휘관인 대대장까지도 비행교관으로 나서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전역한 소령급 조종사는 142명으로 2004년 44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2005년 81명, 2006년 102명, 2007년 138명, 2008년 145명의 숙련된 조종사가 전역지원서를 제출하고 민간항공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3일 오전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던 유가족들은 순직한 조종사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눈밭에 털썩 주저앉아 오열했다. 일부 유가족은 “가장 난이도 있는 전투기동훈련을 안개로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한 공군 관계자는 “2대의 기체 잔해가 거의 같은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며 “사고 당시 기상이 나빠 짙은 구름이 넓게 끼어 있었던 탓에 버티고(비행착각) 현상으로 연거푸 추락했거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두 대가 서로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군은 순직 조종사들의 계급을 한 계급씩 추서해 주도록 국방부에 요청했으며, 유족과 협의해 영결식을 이른 시일 안에 치를 계획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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