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족 뒷자리 ‘그녀’를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1990년대 후반 이후 국경일만 되면 오토바이를 탄 10대들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올해 폭주족이 모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탄 ‘여학생’ 해산에 단속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8월 15일 폭주족이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는 모습. 왼쪽 오토바이 뒷좌석에 태극기를 두른 여학생이 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90년대 후반 이후 국경일만 되면 오토바이를 탄 10대들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올해 폭주족이 모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탄 ‘여학생’ 해산에 단속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8월 15일 폭주족이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는 모습. 왼쪽 오토바이 뒷좌석에 태극기를 두른 여학생이 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분위기 고조시켜 광란질주 불러… 대부분 가출 10대 소녀 많아
성폭행-금품 갈취 등 잇달아… 경찰, 3·1절 대대적 단속


올해 3·1절에도 경찰이 ‘폭주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3·1절이나 8월 15일 광복절 등 주요 국경일마다 매년 되풀이되는 10대 폭주족들의 ‘광란의 질주’를 막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28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총 2500여 명을 폭주족 단속에 투입했다. 경찰은 특히 이번부터 상습 폭주자에 대해서는 구속을 원칙으로 하고 이날 ‘색소 물감’을 동원해 해산 및 검거 작전을 벌였다.

○ 서울 폭주족 400여 명 선

경찰이 추산하는 서울 시내 오토바이 폭주족 수는 예상보다 적은 400여 명 수준이다. 장흥식 서울경찰청 폭주수사팀 반장은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지만 현재 ‘폭주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는 400여 명”이라고 단언했다. 최근에는 서울 인근의 인천, 경기 부천, 시흥 등지에서 3·1절이나 광복절 등에 서울로 원정을 오는 수도 50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

폭주족이 이렇게 줄어든 데에는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한몫 했다. 2000년대 초반 폭주족이 사회 문제로까지 떠오르면서 단속이 강화됐고 적발 인원도 꾸준히 늘었다. 2006년 64명이 검거됐던 것에 비해 3년 뒤인 지난해에는 10배 가까이 늘어난 631명이 경찰의 단속에 붙잡혔다. 수는 줄었지만 폭주족들의 과격성은 더해지는 양상이란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특히 3월 1일, 8월 15일 등 국경일에 폭주행사를 벌여 관심을 끌기 위해 점조직 방식으로 폭주족을 동원하고 시흥 부천 등 서울 근교에서 서울 도심으로 원정 폭주를 하기도 한다. 장 반장은 “거리에 태극기가 내걸리는 현충일에도 폭주족들이 나타난다”며 “상습 폭주족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 숫자 적은 여학생이 ‘뇌관’

올해 폭주족 단속에는 특징이 있다. 여학생 해산에 초점을 둔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주에 참가하는 여학생들을 먼저 귀가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폭주족 가운데 여학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럼에도 경찰이 여학생부터 격리시키는 이유는 뭘까. 경찰 관계자는 “비록 수는 적지만 여학생들이 과격한 폭주를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며 “여학생부터 귀가시켜야 폭주 집단이 해산한다”고 설명했다.

“폭주족 집결지에 가 보면 모여 있는 여자애들을 태우려고 경쟁하죠. 또 뒤에 여자를 태우려고 더 난폭하게 운전하는 경향도 있어요.”

한때 경기 수원시에서 폭주족 리더를 맡았던 김정연 군(가명·18)은 여학생과 오토바이 폭주의 관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여학생이 폭주 오토바이에 타면 성관계도 허용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폭주에 참가하는 여학생들에 대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그는 “폭주 남학생이든 뒤에 타는 여학생이든 성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뒤에 타는 여자애들에게 돈을 뺏거나, 폭행을 한 뒤 버리고 가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올해 고교에 입학하는 홍세문 군(가명·15) 역시 “폭주할 때 뒤에 타는 여자애들을 알아 두면 나중에라도 교제할 수 있다”며 “환심을 사기 위해 과격한 폭주도 서슴지 않고 여학생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장 반장은 “10대들이 오토바이 폭주에 나서는 것은 주로 인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쉽게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위험한 레이스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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