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연구실적과 논문 발표로 2009학년도 인하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총장상을 수상한 팡페이페이 씨. 사진 제공 인하대
2009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24일 오후 인천 남구 용현4동 인하대 대강당인 하나홀.
총장상 수상자를 발표하자 고분자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팡페이페이(房非非·30) 씨가 다소 떨리는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중국에서 온 그의 부모는 딸의 자랑스럽고 대견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은 딸이 낯선 이국에서 연구와 실험을 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실험실에 불을 밝힌 긴 세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하대 이본수 총장으로부터 영예의 총장상을 받은 그는 2004년 9월 인하대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한 뒤 5년 6개월간 무려 39편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등 44편의 논문을 발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공계 동료 학생들은 “석박사 과정의 학생이 이 정도의 논문을 쓰려면 밤잠을 포기하고 실험실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팡 씨는 중국 연변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석박사 학위를 위해 2004년 9월 인하대에 입학했다.
“처음 인하대에 왔을 때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어요. 동료 선배들하고 대화를 나눌 때 모두 영어를 사용했죠. 그러다 한국말을 하루빨리 배워야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처음에 세미나와 학술회의 등에서 발표를 할 때 영어를 사용했다. 동료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청각 자료를 만들어 발표에 나섰지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6개월간 밤낮으로 한국어 배우기에 매달려 소통에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짧은 시간에 한국어를 익힌 그에게 많은 동료 학생은 호감을 갖게 됐고 결국 함께 공부하며 서로 아껴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가 석박사 과정에서 중점을 두고 연구한 분야는 ‘전기유변유체’와 ‘자기유변유체’. 외부에서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걸지 않았을 때는 유체의 성질을 띠지만 외부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유입되면 고체로 바뀌는 특성을 이용해 수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연구실험 분야에 매달린 것. 응용 분야는 지진에 잘 견디는 건축물의 내진장치, 자동차의 현가장치(서스펜션), 로봇 컨트롤 시스템, 인공관절 등으로 이미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우디 등 세계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기유변유체를 사용해 자동차 쇼크업소버 등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있다.
팡 씨는 이 분야의 성공적인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연구와 실험에 매달렸다.
매일 오전 9시에 실험실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쉬지 않고 연구와 실험을 했다.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논문을 발표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고 교수님과 동료 선후배들의 칭찬이 큰 힘이 됐어요.”
이 같은 노력으로 2008년 8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제11차 국제 전기 및 자기유변유체 학회에서 최우수논문상과 우수포스터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도교수인 최형진 교수(53)는 “그는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갖고 실험실에서 수많은 연구와 반복된 실험을 통해 우수한 논문을 발표해 학계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SK에너지 기술원에 박사급 연구원으로 취업한 그는 “교수님과 실험실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박사과정을 마쳐 매우 기쁘다”며 “소원하던 회사에 취업한 만큼 조직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