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한림대 교수(57·바이오메디컬학과·사진)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교수로 통한다. 연구도 열심히, 놀기도 열심히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노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음악을 통해서 논다. 최 교수의 출근시간은 오전 6시. 학교에서 가장 빨리 출근한다. 1988년 부임 이후 변하지 않은 원칙이다. 최 교수는 교내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난달까지 부총장직을 맡아 대외활동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밴드활동 덕분이다.
그동안 최 교수는 275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발표했다. 다른 교수들에 비해 상당히 많은 양이다. 그렇다고 말 많은 ‘실적 쌓기’용과는 거리가 멀다. 다양한 수상 실적이 이를 입증한다. 1996년 제6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2001년 과학의 날 대통령 표창, 2005년 교육학술 부문 강원인 대상, 2008년 한국생화학회분자생물학회 학술지 최고인용상 등. 작은 상까지 열거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는 정부의 대형 연구과제도 많이 수행한다. 1999년부터 5년간 12억 원을 지원 받아 치료용 단백질 연구를 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 나노바이오기술사업 면역기능제어기술사업단장과 한국연구재단 지정 중점연구소 생명공학연구소장으로 두 개의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교수 5명과 함께 하는 중점연구소 과제는 9년간 약 45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 연구 목표는 생리활성 단백질의 세포 및 조직 내 침투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치료법 개발이다. 단백질을 이용해 암과 피부병, 유전병,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이미 최 교수는 이와 관련한 38건의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한림대 교수 밴드 ‘늦바람’ 단장 겸 드러머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늦바람을 창단한 것은 순전히 학생들과 가까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1988년부터 교내 음악동아리인 ‘수레바퀴’의 지도교수를 맡았지만 학생들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학생들의 정기공연에 함께 출연하는 것. 부족한 노래실력이었지만 같이 연습하고 무대에 서면서 학생들과의 사이에 놓여 있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2000년부터 춤동아리인 ‘춤바람’의 지도교수도 맡아 공연 때마다 춤 실력을 선보인다. 내친김에 2004년 뜻있는 교수들과 늦바람을 결성했다. 악기라곤 만져본 적도 없는 그가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피나는 연습 덕분에 이제 웬만한 곡은 자신있게 소화한다.
늦바람은 매년 정기공연 및 자선공연을 비롯해 신입생 환영회, 교수세미나, 축제 등에 단골 초대손님으로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에는 무려 6개 행사에 출연했다. 최 교수는 요즘 다음 달 2일을 기다리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공연을 펼치기로 한 것.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새내기들과의 첫 만남인 만큼 설렘이 클 수밖에 없다.
“학생들 앞에서 연주할 때가 가장 좋습니다. 보람도 크지요. 연구로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연습에 매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부족한 우리 연주에도 학생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낼 때 기분 정말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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