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들 튀는 디자인,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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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입찰때 차별성 강조…독특한 설계 많아
공간효율-내구성 떨어지고 에너지낭비 심해

건축 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신청사 건립 바람에 대해 “호화 청사를 짓는 것도 문제지만 신청사 디자인이 지나치게 아름다움만 추구해 건물 효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는 “최근 새로 지어진 청사들을 보면 모두 ‘독특한 디자인’에만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내부 공간의 효율성이나 에너지 사용량 등 건물을 사용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은 소홀히 다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역삼각형 형태로 지어진 서울 용산구청이나 파도 형상으로 옥상 부분이 돌출된 서울시청 신청사처럼 특이한 형태의 건물을 두고 민원인들의 동선이 길어지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공간이 많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건물 디자인이 ‘튀는’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공공기관 건물이 대부분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특이한 디자인만 추구하다 보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도 어렵고 관리비도 크게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행하는 유리벽 건물에 대한 지적도 잇달았다. 지자체가 유리벽 건물을 선호하는 이유는 ‘투명행정’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양생 과정이 없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유리벽 건물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조동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리로 장식한 건물은 일반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여름에는 외부의 열이 빨리 침투하고 겨울에는 빨리 식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냉난방을 더 할 수밖에 없다. 또 유리벽은 여러 장의 유리를 배열한 후 이음새를 메워 고정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 건물이 낡으면 이음새에서 외풍이 심하게 들어와 수시로 보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조 연구원은 덧붙였다.

내구성 측면에서도 유리벽 건물보다는 콘크리트 건물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김억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건물은 법규만 잘 지켜서 만든다면 일반적으로 50년, 유지보수에 신경 쓰면 100년까지도 문제없이 쓸 수 있다”며 “그러나 유리벽 건물은 아무리 시공을 잘해도 콘크리트 건물처럼 오래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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