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스타강사 손모 씨(39)가 SAT 문제를 유출한 증거가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SAT 문제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손 씨가 SAT를 직접 본 뒤 이를 인터넷 카페에 올린 증거자료를 입수해 손 씨의 문제 유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8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는 손 씨를 찾아가 피내사자 신분으로 손 씨를 조사하기도 했다.
경찰이 입수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손 씨는 강사로 활동하던 중 자신이 운영한 ‘NEW SAT’라는 인터넷 카페에 수차례 SAT 문제와 답을 올렸고 자신이 미리 입수한 문제가 시험에 똑같이 나왔다고 알리기도 했다. 손 씨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 중에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2005년 12월 시험문제가 똑같이 2007년 1월 시험에 출제됐습니다. 학원에서 저와 같이 12월 시험을 풀어본 학생들은 만점을 받았을 거라고 기대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답안이 정리돼 있었다. 손 씨는 이때 시험에서 2년 전 자신이 짚어준 기출문제가 그대로 다시 출제돼 일약 유명 강사가 됐다. 손 씨는 미국 뉴욕 현지 시간으로 2007년 1월 28일 오전 5시 미국에서 SAT를 보는 학생들에게 “꼭 보고 가라”며 시험 시작 5시간 전에 이 글을 올렸다. 2007년 1월 시험은 추후 사전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국교육평가원(ETS)이 한국의 응시자 900여 명 전원의 성적을 무효 처리한 바 있다.
시차를 이용해 태국에서 문제를 빼낸 뒤 미국에 있는 수강생들에게 시험문제를 전달한 혐의로 입건된 강사 김모 씨(38)에게서 출제된 문제를 미리 전해들을 수 있었다. 손 씨는 방학특강을 알리는 글에서 “국내 SAT 강사 중에 SAT를 직접 보고 시험지를 입수하고 분석해 가르치는 강사는 나와 파트너인 김 씨밖에 없다”고 홍보했다. 또 “다음 방학 특강 때도 최근 SAT 문제를 전부 입수해 자세히 설명하겠다”며 “SAT를 주관하는 미국 칼리지보드에서 공개하는 문제 외에 비공개 대상인 시험 문제도 갖고 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가에서는 손 씨가 문제 유출의 몸통이라는 의혹이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며 “김 씨 조사 등을 통해 손 씨가 문제를 유출했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손 씨는 SAT 작문 분야의 ‘1타 강사’로 명성을 떨쳤다. 지난해 12월에는 R어학원과 재계약을 거부해 어학원 대표 박모 씨(40) 등에게 납치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미국에 도피 중이던 손 씨는 최근 입국해 납치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8일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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