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대추 배합 환상적… 한식 창조적 영역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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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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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 별 셋 레스토랑 셰프 출신 재미교포 코리 리

한국음식 너무 맵고 짜 세계화 어렵다는건 편견
中 쓰촨요리-日 낫토보다 외국인 입맛에 맞추기 쉬워
서울 홍보대사 위촉돼 내한

5일 서울시 홍보대사 임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재미교포 요리사 코리 리 씨. ‘최고의 프랑스 맛을 창조하는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 그이지만 “명란젓과 김만 있으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서울관광마케팅
5일 서울시 홍보대사 임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재미교포 요리사 코리 리 씨. ‘최고의 프랑스 맛을 창조하는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 그이지만 “명란젓과 김만 있으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서울관광마케팅

“미국요? 한국선 비싸서 맛보기 힘든 비싼 바나나를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곳이었죠.” 가족을 따라 5세 때 서울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떠난 소년의 눈에 비친 미국의 첫인상은 ‘바나나 천국’이었다.

그리고 차차 깨닫게 됐다. 이곳은 전 세계 모든 음식이 모여 있는 ‘음식의 천국’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 음식의 향과 맛을 알게 되면서 소년은 요리사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운명이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했던 요리는 10여 년이 흐른 지금 그에게 ‘요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제임스 비어드 재단의 ‘떠오르는 스타 요리사’로 선정되는 명예를 안겨줬다.

세계적 권위의 레스토랑 소개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가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부여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 소재 프랑스 레스토랑 ‘프렌치 론드리’에서 수석조리장을 지낸 재미교포 요리사 코리 리(이동민·33) 씨. 업계에선 그를 ‘최고의 프랑스 맛을 창조하는 마술사’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요리의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토머스 켈러 씨는 그에게 “기술적으로 뛰어난 요리를 선보이는 타고난 예술가이자, 음식의 환상적인 조화를 터득한 요리사”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가 서울시 홍보대사가 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4일 코리 리 씨를 만나 한국 요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명란젓, 간장게장의 맛 환상적”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로 인정받는 그지만 입맛에는 여전히 한국인의 유전자(DNA)가 흐른다. “명란젓에 김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공기 ‘뚝딱’합니다. 어제는 간장게장 전문식당에 갔었는데 날것인데도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특유의 풍미에 완전히 반했어요.”

지난해 서울시와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세계적인 요리사들을 초청해 벌인 음식 축제인 ‘어메이징 코리안 테이블(AKT)’ 행사에 초청된 그가 선보였던 음식이 고추장 소스를 입힌 삼겹살찜과 얇게 저민 전복튀김에 상추를 곁들인 음식이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후식으로 검은깨를 넣은 엿이 든 초콜릿을 선보여 찬사를 받기도 했다.

리 씨는 “한식의 세계화는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한식이 가진 무궁한 가능성을 주목합니다. 갈비찜을 보세요. 고기를 연하게 하고 풍미를 좋게 하려고 배와 대추를 넣기도 합니다. 이런 한식 고유의 조리법은 다른 나라 음식에도 기꺼이 응용할 수 있는 겁니다.”

한국 음식은 맛이 맵고 짠 데다, 조리법의 표준화도 미진해 세계화가 어렵다는 일부의 우려도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아주 매운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음식이나 독특한 치즈를 많이 쓰는 이탈리아 북부의 음식이 어쩌면 외국인이 가까이하기에 더 어렵죠. 일본식 청국장(낫토)도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이들 음식이 이미 세계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외국인들이 다양한 한국 음식의 매력을 접하게 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젭니다. 어떻게 그 맛과 친숙하게 만드느냐가 문제죠.”

○ 한식 가능성에 창의적 도전 더해야

그는 한식 세계화는 한식의 무궁한 가능성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일본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에서는 성게알이나 명태알을 넣은 파스타를 만들어 팔더군요. 일식 재료가 이탈리아식 조리법과 어우러져 새로운 장르의 음식으로 재탄생해 사랑받고 있는 겁니다. 한식에서도 외국에서 다양한 맛과 향, 조리법을 익힌 젊은 요리사의 창의적인 실험과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 역시 자신의 요리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해 7월 프렌치 론드리의 수석 주방장직을 사임했다. 올해 6월 샌프란시스코 소마에 자신의 레스토랑 ‘베뉴’를 열 예정인데, 부산 출신의 한인 요리사를 초빙한 것도 이런 실험과 도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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