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총학 퇴출, 서강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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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절차 문제” 승인 거부는 국내 처음… 총학 “자치권 침해”
선거인명부 실종 등 부정논란
선관위 교체끝 재투표 치러
투표율 50% 안됐지만 당선
학생들 “보선 실시” 서명운동

서강대가 학생들 사이에서 당선 적법성 논란이 빚어진 총학생회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대학 측이 재단 비리 등을 지적하는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은 적은 있었지만 선거 절차만을 문제 삼아 총학생회를 불승인한 것은 처음이다.

서강대는 최근 교수 9명으로 구성된 장학지도위원회를 열고 1월 8, 9일 재투표로 당선된 현 총학생회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정유성 서강대 학생문화처장은 “학생회 선거의 절차에 문제가 있어 대학 법무팀, 고문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학생준칙 제7조의 ‘학생회 승인에 관한 권리’를 행사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처장은 “지난달 학생 265명으로부터 ‘총학생회를 승인하지 말아달라’는 청원서 성격의 문건이 제출됐고 학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계속 논란이 일고 있는 등 많은 학생이 학교 측의 조정을 원했다”고 말했다. 장학지도위의 승인을 받지 못한 학생회는 등록금 협상 등에서 학교 측의 대화 상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서강대는 지난해 12월 총학생회 투표 당시 2개 단과대학의 선거인 명부가 사라지는가 하면 투표 시 신분증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선거 부정 논란이 일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교체되는 진통 속에 재투표를 치렀지만 투표율은 50%에 미치지 못했다. 선관위는 “재투표의 경우 투표율에 상관없이 표를 많이 얻은 후보자가 당선된다”는 선거시행세칙의 규정에 근거해 현 총학생회를 당선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이번 투표는 ‘재선거’이며 이 경우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당선이 인정된다”며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학생은 보궐선거를 3월에 치르자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였다.

총학생회는 서강대의 이번 결정이 학생들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함세형 서강대 부총학생회장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가 총학생회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고 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이를 논의하는 등 학생들 스스로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개입하는 것은 자치권 탄압”이라고 말했다. 함 부총학생회장은 또 “현 총학생회 집행부는 지난해 학교 안에 특정 할인매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등 대학 측과 껄끄러운 관계였고 올해에는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했다”며 “최근 등록금 인상 방침을 발표한 대학 측이 총학생회의 투쟁을 막기 위해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 절차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투표에서 선관위원들이 봉인된 투표함을 사전에 몰래 열어봤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되며 학내 갈등이 증폭돼 3월로 선거가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한 후보가 사전선거운동 등 3회 경고 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파행을 겪은 끝에 결국 선거가 무산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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