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이만기 경남문화재단 대표 내정 ‘적임성’ 논란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체육인이 문화예술계 대표라니…”
예술단체, 道에 재선임 요구

2일 경남문화재단(이사장 김태호 지사) 출범을 앞두고 경남지역 문화예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이 재단 대표이사로 내정된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인제대 체육과 교수(47·사진)에 대한 ‘적임성’ 논란 때문이다. 그동안 물밑에서 불만을 털어놓던 예술단체들도 공식 태도를 밝히고, 경남도에 재선임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 “문화재단 성격과는 괴리 있다”

한국예총경남도연합회(경남예총) 이종일 회장은 31일 “1일 오전 집행부 관계자들과 도지사를 만나 이 대표 수용불가 방침을 전달할 것”이라며 “면담 직후에는 경남 예술인의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예총은 지난달 22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체육인인 이 교수는 전문성이 필요한 문화재단 대표로 적합하지 않다 △문화재단 이사진 15명 가운데 예술인은 2명뿐이어서 재구성이 필요하다 △재단 출범에 따른 경남도 준비가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정리했다.

이 회장은 “문화예술 분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선임했다는 여론이 많다”며 “표현을 그대로 옮기기 힘들 정도로 책망하는 원로 문학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 연극계 중진 인사는 “체육인이 문화예술계 대표자리를 맡는 난센스가 어디 있느냐”며 “이는 경남 문화예술 역사와 위상을 크게 추락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태영 창원예술극단 대표는 “경남도가 ‘체육 분야도 문화에 속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며 “연극도 문화이므로 ‘경남체육재단’이 생긴다면 연극인이 대표를 맡아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 교수가 대중성을 바탕으로 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인지도도 높지만 전문 예술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이 교수가 씨름 해설뿐 아니라 대학에서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브랜드 가치도 있다”고 밝혔다. 또 “객관적인 위치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문화예술계를 원만하게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재단 창립이사회는 2일 오전 11시 도청회의실에서 열린다.

○ 2015년까지 1000억 원 조성

경남문화재단은 문화예술 활동을 자율적,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초기에는 파견 공무원 등 6명이 경남발전연구원 내 사무실에서 창작활동 지원에 따른 기반을 닦는다. 연말에는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기능을 넘겨받아 문화재연구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재단은 2025년까지 기금 1000억 원을 만들기로 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기금 113억 원을 기반으로 해마다 경남도가 30억 원 안팎을 출연하고 나머지는 기업과 개인, 단체 지원을 받을 계획. 이 기금 이자수익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예술단체를 지원한다. 이 교수는 “내년부터 기업 메세나 등 민간협력 사업을 강화하고 남명학 등 지역 정체성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에는 이 교수를 포함해 경남예총 회장 등 6명이 원서를 냈다. 마산 용마고와 경남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2004년 총선 때 마산 갑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떨어졌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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