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30대, 국회서 흉기로 손등 찍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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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6년간 608회 드나들며 18억 탕진… 강원랜드 해체하라”

육군 대위 출신의 30대 도박중독자가 “강원랜드를 해체하라”며 국회 경내에서 흉기로 자신의 손을 내리찍은 자해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박모 씨(37)는 31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경내에 승용차를 타고 들어간 뒤 본관 계단에서 준비한 30cm 길이의 흉기로 왼손 손등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내 돈 18억 원을 강원랜드에서 모두 잃었다”며 가져갔던 유서 20여 장을 뿌리고 손등을 흉기로 6차례 내리쳤다. 급히 출동한 국회 경비대로부터 박 씨의 신병을 넘겨받은 경찰은 그를 오후 2시 20분경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박 씨를 진료한 의사는 “뼈가 드러난 부분이 있어 봉합수술이 필요하지만 손목을 절단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2003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강원랜드에 총 608회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15일과 22일 강원랜드에 협박 편지를 보낸 혐의로 강원 정선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선경찰서 측은 “박 씨가 2000년 육군 대위로 전역한 이후 도박에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31일 병원에서 “10년에 걸쳐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도박으로 잃는 일을 반복했다”며 “원래 선교활동을 위해 모아뒀던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전날 “국회의사당 안에서 내일 오후 2시에 자해할 테니 동참하라”는 글을 한 강원랜드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강원랜드는 도박중독자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사당 앞에서 생을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박 씨는 본인과 부친의 요청으로 강원랜드 출입이 4차례에 걸쳐 제한됐던 도박중독자였지만 매번 스스로 출입제한조치를 해제한 뒤 다시 강원랜드를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박 씨의 치료 경과를 지켜본 다음 형사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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