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위 출신의 30대 도박중독자가 “강원랜드를 해체하라”며 국회 경내에서 흉기로 자신의 손을 내리찍은 자해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박모 씨(37)는 31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경내에 승용차를 타고 들어간 뒤 본관 계단에서 준비한 30cm 길이의 흉기로 왼손 손등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내 돈 18억 원을 강원랜드에서 모두 잃었다”며 가져갔던 유서 20여 장을 뿌리고 손등을 흉기로 6차례 내리쳤다. 급히 출동한 국회 경비대로부터 박 씨의 신병을 넘겨받은 경찰은 그를 오후 2시 20분경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박 씨를 진료한 의사는 “뼈가 드러난 부분이 있어 봉합수술이 필요하지만 손목을 절단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2003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강원랜드에 총 608회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15일과 22일 강원랜드에 협박 편지를 보낸 혐의로 강원 정선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선경찰서 측은 “박 씨가 2000년 육군 대위로 전역한 이후 도박에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31일 병원에서 “10년에 걸쳐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도박으로 잃는 일을 반복했다”며 “원래 선교활동을 위해 모아뒀던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전날 “국회의사당 안에서 내일 오후 2시에 자해할 테니 동참하라”는 글을 한 강원랜드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강원랜드는 도박중독자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사당 앞에서 생을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박 씨는 본인과 부친의 요청으로 강원랜드 출입이 4차례에 걸쳐 제한됐던 도박중독자였지만 매번 스스로 출입제한조치를 해제한 뒤 다시 강원랜드를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박 씨의 치료 경과를 지켜본 다음 형사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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