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학자금상환제 三重苦’

  • 동아일보

등록금 못 올리고… 취업률 책임에… 신입생 모집 걱정까지
취업실적 따라 대출 차등… 교과부, 9월전 명단 발표
대학들에 새로운 짐으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가 대학에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과 취업률이 ICL 대출 한도를 좌우하게 돼 재학생의 취업을 책임지지 못하는 대학은 신입생 모집에도 직격탄을 맞을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각 대학은 일단 1학기부터 신입생과 재학생이 ICL을 통해 대출을 받게 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대학의 경영 상태에 따라 대출 한도를 달리 적용할 방침을 밝히자 긴장하는 곳도 적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학년도 수시모집이 시작되는 9월 이전에 ICL 대출이 가능한 대학의 명단을 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대출 불가 판정을 받은 부실대학은 당장 내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대출이 가능한 대학이라고 해서 다 같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 교과부는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 학생 취업 지원, 학사관리 실태 등을 평가 지표로 만들어 대출 가능 인원 또는 총액을 차등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즉 학생들의 취업이 부진한 대학은 대출 한도가 적어지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학이 학생들의 스펙 관리를 위해 학점을 후하게 주는 관행마저도 제동이 걸릴 판이다. 교과부가 ICL 대출 자격 제한(B학점 이상)에 따라 학점 부풀리기 문제도 대출 한도 결정에 반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올려 경영 상태를 개선할 수도 없다. 교과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날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대학 등록금의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평가 지표에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하고, 과도하게 인상하는 대학은 ICL 대출 규모를 제한하겠다는 것. 특히 올해는 ‘과도한 인상’의 기준을 동결 여부로 잡을 확률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ICL이 대학에 ‘삼중고(三重苦)’가 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생도 계속 학교에 머물면서 각종 강의와 시설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는데 등록금 동결 압박이 거세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 ‘고용 없는 성장’ 탓에 대졸 미취업자가 누적되는데 학생들에게 선뜻 좋은 학점을 줄 수 없다는 점도 대학을 괴롭히고 있다. 서울의 한 여대 학생처장은 “4년 내내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고 영어, 일본어를 능통하게 하는 제자가 최근 월급 80만 원짜리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며 “등록금은 못 올리는데 학생의 취업까지 책임져야 하니 대학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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