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34만 명 규모의 성남권(성남-하남-광주) 통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경기 성남시의회 제167회 임시회가 20일 열렸지만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면서 첫날부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성남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1일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 등으로 통합안 처리를 새해 첫 임시회로 미뤘다. 이미 광주시의회와 하남시의회가 통합 찬성을 의결했기 때문에 이번 임시회 결과에 따라 통합 여부가 최종 판가름 난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 워낙 거세 통합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민주당의 반대 분위기가 여전한 데다 민주노동당 의원 2명과 국민참여당 의원 1명 등 3명은 이날 회의가 끝나자 아예 본회의장에 자리를 잡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소속 의장은 사무국 직원들과 함께 본회의장을 지키며 ‘의장석 사수 작전’에 들어갔다.
○ 연말 국회의 ‘복사판’
야당 의원 3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김현경 민노당 의원은 “여야가 통합안을 이번 임시회 때 처리하기로 했지만 소수 정당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주민투표 실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시중 국민참여당 의원도 “충분한 토론을 생략한 채 안건을 상정한 것은 통합을 밀어붙이려는 노골적인 의도”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 뒤편에서는 김대진 의장이 물끄러미 회견 모습을 지켜봤다. 김 의장은 회견이 끝난 뒤에도 책상에 놓인 자료를 읽으며 자리를 지켰다. 지난 정례회 때 본회의장을 점거당한 뒤 질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무국은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김 의장 양옆에는 사무국 간부들이 자리했고 다른 직원들은 출입구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 덕분인지 이번에는 쇠사슬이나 청테이프가 등장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야당 점거로 외부 경찰력을 동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열리는 22일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의장은 사무국과 협의해 낮 시간대에 회의장을 지키고 밤에는 사무국 직원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야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대치할 때 김형오 국회의장은 농성 중인 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장석을 지켰다.
○ 거대도시 탄생 ‘초읽기’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는 21일 회의를 열어 ‘성남·광주·하남시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의견 제시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통합안을 22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통합안 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충돌이 우려된다. 만약 상임위 상정이 무산되더라도 한나라당은 의원 발의나 의장 직권상정 등의 방법을 통해 통합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이 20명, 야당이 15명이어서 정상적인 표결을 거칠 경우 통합안 찬성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기획위원회 소속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통합안이 상정되면 의원총회를 열어 통합안 찬성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야당 의원들이 저지하더라도 이번에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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