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다녀온 초등생 딸이 헛구역질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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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간 중학생 사귀어 임신
“너무 어려 중절수술도 못해”
전문가 “감독체계 꼭 확인을”

집에 온 딸이 이상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은 올 여름방학이 지난 다음부터 입덧을 하는 것처럼 자주 헛구역질을 했다. 엄마는 설마 하다 병원을 찾았다. “임신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에 엄마는 딸을 다그쳤다. 그리고 해외 단기어학연수 때 중학생과 호기심에 불장난을 벌인 사실을 알아냈다. 4주 동안 품을 떠난 사이 너무 엄청난 사고를 치고 온 딸과 남학생을 혼내기도 여러 차례.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엄마는 딸에게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의사는 안 된다고 했다.

박용원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연세대 교수)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최악의 경우 자궁을 들어낼 우려를 전제하고 시술한다. 미성년자는 그런 위험이 더 높다”며 “이번 사례는 강간으로 인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자보건법을 볼 때도 임신중절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산모가 나이가 어리다는 건 이유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결국 딸이 아이를 낳으면 가족관계부에 자기 자식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 가족은 동네 사람 눈을 피해 멀리 이사했다. 딸은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혹시 소문이라도 날까봐 남학생 가족과도 일부러 연락을 차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 캠프나라에 따르면 방학 때마다 20만 명 이상이 단기어학연수를 떠난다.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리조트 체류 △기숙사 생활 △홈스테이 등으로 현지에 머물게 된다. 리조트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감독 강사가 24시간 학생을 관찰하는 게 가능하지만 홈스테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캠프나라 관계자는 “숙소 형태는 물론 강사 1인당 감독하는 학생이 10∼15명 이내인지 확인해야 각종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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