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내 꿈은 기술명장…외고 ‘환상’ 뿌리치고 마이웨이 선택”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마이스터고 합격 소신파 두 학생

《내년 3월 개교하는 전국 21개 마이스터고가 최근 신입생을 선발했다. ‘산업수요맞춤형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는 유망분야 산업과 연계해 미래의 기술 명장(마이스터)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계 고등학교. 해당분야 기술전문가가 되면 취업까지 지원되는 만큼 첫해부터 3.5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전문가가 주역인 시대. 그저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일반계고로 진학해 대학 문을 두드려보는 중학생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직업적 소신을 갖고 마이스터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번 마이스터고 합격자 중엔 눈여겨볼 만한 중학생들이 많다. 내신 최상위권 성적을 보유한 김예걸 군과 서울대부설 영재교육원 출신의 김아라 양이 바로 그들. 마이스터고에 미래를 건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좋아하는 분야를 일찍부터 공부해 남보다 빨리 전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예걸 군] 내신 3% 최상위권, 전기에너지를 선택하다

김예걸 군(15·서울 건대부중 3)은 올해 서울 수도전기공업고에 수석 합격했다. 김 군은 중학교 내신 성적 석차백분율이 2.995%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전교 1등을 차지했다. 비슷한 성적의 친구들은 과학고와 외국어고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김 군은 마이스터고를 택했다. 김 군은 “앞으로 각자 다른 공부를 하게 될 뿐 마이스터고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 원서접수 마감일까지 고민은 계속됐다. 주변에선 “일반계고에 진학해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권유가 대부분이었던 것.

김 군이 마이스터고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올 초 수도전기공업고의 홍보책자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였다. 어릴 때부터 모형 비행기 조립이 취미였고, 집 안의 형광등 교체를 도맡았을 정도로 과학과 전기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군은 이 학교의 전기에너지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교부터 전문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후 김 군은 마이스터고를 졸업해 일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았다. 전기에너지, 대체에너지에 대한 정보가 담긴 과학 잡지를 읽으면서 ‘이 분야가 과연 나의 적성과 잘 맞는가’를 거듭 고민했다. 확신이 섰다.

“부모님께 가려는 학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졸업하고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말씀드렸어요. 처음에는 ‘마이스터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고졸 학력에 머물게 된다’며 걱정하셨지만 결국 제 선택을 믿고 격려해주셨죠.”

수도전기공업고를 졸업하면 한국전력 특별채용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 군은 고교 졸업 후 회사에 다니더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생활 속에서 낭비되는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김 군의 겨울방학은 여느 예비 고교생과 다름없이 바쁘다. 예비소집 때 받은 전기에너지 관련 주요 용어 정리집을 공부하고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앞으로 공부하게 될 전기분야엔 일본제품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 군은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목표로 고교 3년을 보내고 싶지 않다”면서 “졸업 후 스스로 대학에서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면 그때 도전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아라 양] 발명, 미술… “좋아하는 공부 실컷 할 수 있어요”

김아라 양(15·서울 신관중 3)은 발명품에 대해 4건의 특허를 출원한 ‘발명가’다. 대표적인 발명품이 중1 때 발명한 ‘문 버팀 장치’. 문의 아래쪽에 달려 문을 고정시키는 버팀 장치를 손이나 발로 올리지 않고 스프링의 탄성을 이용해 자동으로 올라오게 한 발명품이다.

김 양은 중1 때부터 3년 연속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원이 주관하는 ‘발명장학생’에 선발됐다. 중2 때는 발명한 ‘모자형 우산집이 달린 우산’을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에 출품해 중등부 은상을 수상했다. 중2, 3 때는 서울대부설 영재교육원 과학영재로 선발돼 과학심화반에서 공부했을 만큼 과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김 양의 중학교 내신 성적은 상위 25% 이내. 중3 때는 반 34명 중 6∼8등을 지켰다.

김 양은 올해 유일한 여자 마이스터고인 서울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뉴미디어디자인과 특별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내신 성적도 중요했지만 입학을 결정지었던 것은 총점 100점 중 20점을 차지했던 분야별 적성검사였다.

평소 김 양이 기계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능력이나 디자인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던 부모는 김 양이 일반계고를 졸업해 대학에서 항공과학이나 에너지 분야를 전공하길 바랐다. 하지만 김 양의 생각은 달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직접 제품을 고안해 만들었던 만큼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현장경험을 하루라도 빨리 하고 싶었다. 특히 휴대전화,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같은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김 양은 실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제품에 아름다운 ‘옷’(디자인)을 입히는 일을 하는 것이 꿈이다. 3월 열린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던 김 양은 ‘원하던 학교를 만났다’고 확신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수업은 적게 하더라도 뉴미디어, 디자인, 미술 등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된다는 점이 끌렸다. 과도한 교육비에서 해방된다는 점, 자신의 일에 대해 확실히 알고 취업 등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모님을 설득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입학금과 수업료, 기숙사비가 면제다. 식비도 일부 지원된다. 졸업과 동시에 ㈜삼성SDS, ㈜롯데정보통신, ㈜KT정보에듀, ㈜인켈 등 학교와 협약을 체결한 업체에 취업할 수 있다.

“고교에서 중상위권인 학생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워요. 좋은 대학 나와도 취업이 힘든 것이 현실이고요. 마이스터고에서 공부해서 제 롤 모델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미술과 과학의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마이스터고: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술 명장 육성’을 목표로 만든 새로운 유형의 학교. 기존의 전문계고등학교 가운데 심사를 거쳐 지정했다. 2010년 3월 전국 21개교가 개교한다. 입학하면 학비가 전액 면제되고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졸업 후 학교와 협약된 기업체에 취업해 경력을 쌓을 수 있고, 남자 졸업생은 취업하면 최대 4년간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다. 마이스터고에 대한 소개와 전국 마이스터고 소재지, 전형방법은 마이스터고 홈페이지(www.meisterschoo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