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이튿날 민망한 해외 연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회의장 점거 소동 경기도의회-성남시의회 일부 의원들

■ 성남시 여야 5명
20여 일정 대부분 ‘관광성’
“통합안건 상정도 못하고…”

■ 경기도 민주 9-무소속 2명
‘대치’ 끝나자마자 우르르
道관계자 “뒷모습에 허탈”


안건 처리를 놓고 몸싸움과 회의장 점거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경기도의회와 성남시의회 소속 일부 여야 의원이 회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고 있다. 성남시의원 5명으로 구성된 연수단은 22일 오전 9시 5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홋카이도로 출국했다. 소속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3명,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의원이 각각 1명이다. 이들은 6박 7일간 삿포로, 오사카, 교토, 도쿄 등지를 돌아볼 예정이다. 의원 1인당 3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 이번 연수의 목적은 하수 처리 및 노인복지시설 견학이다.

그러나 20여 개에 이르는 일정 대부분은 ‘문화시설자원 및 공원녹지 자연생태 분야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성 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다. 첫날 하코다테 오누마 공원 방문을 시작으로 이튿날 삿포로 맥주공장 견학, 삿포로 일루미네이션 축제 관람, 사찰 방문, 하코네 국립공원 관람 등 귀국일을 제외하고 매일 관광성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성남시의회는 전날 광주-하남-성남시의 행정구역 자율통합 의견 제시 안건을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했었다. 야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쇠사슬로 출입구를 봉쇄했다. 여당은 이들과의 협의에 번번이 실패했다. 여야는 정례회 종료를 불과 10여 분 남긴 이날 오후 11시 45분경 내년 1월 20일 열리는 임시회 때 행정구역 통합을 논의하기로 하고 부랴부랴 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등을 처리했다.

통합 안건은 상정은커녕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쇠사슬로 봉쇄된 본회의장 안팎에서 목소리를 높여 싸우던 여야 의원들이 불과 6, 7시간 만에 나란히 해외 연수길에 오른 것이다. 당초 연수단에 포함됐다가 불참한 강한구 시의원(한나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연수를 떠나기가 부담스러웠다”며 “이미 오래전에 계획된 것이고 지역 현안과 관련된 것으로 필요한 연수 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 관계자는 “의원들의 대립 때문에 결국 의회가 파행으로 치달았고 통합은 거론조차 못했는데 (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떠나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성남시의원들이 일본으로 출국하기 30분 전 경기도의원 11명도 일본 나리타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 9명과 무소속 도의원 2명이 참가했다. 의회 사무처 직원 3명은 이들을 수행했다.

이들은 첫날 지바현청(縣廳)을 시작으로 수도권신도시철도주식회사와 신주쿠중학교, 도쿄도청,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후지산국립공원을 둘러본 뒤 귀국할 예정이다. 도의원 11명의 연수비용은 1인당 180만 원씩.

민주당 등 도의회 야당 의원들은 21일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경기도육청의 무상급식 예산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도 관계자는 “연수를 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바로 어제까지 여당과 몸싸움을 벌이며 갈등을 빚던 야당 의원들이 정례회가 끝나자마자 연수를 가는 모습을 보니 허탈하다”고 꼬집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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