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의 제3차 정명토론회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친일,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오른쪽부터 발제자 박효종 서울대 교수, 진행자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토론자 박지향 서울대 교수와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 김미옥 기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의 보고서는 국가의 개입으로 인해 후대의 역사적 연구를 차단하는 ‘대못질’이 됐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행정소송을 통해 언제든 고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이재교 변호사)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건국에 기여한 세력이 다수 포함됨으로써 이 나라가 ‘친일파의 나라’가 된 듯한데, 이런 중대한 문제에 이명박 정부가 침묵하는 것은 후세대에 부끄러운 일이다.”(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규명위의 ‘친일반민족 행위자’ 조사의 부실과 편향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공정성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제3차 정명(定名)토론회 ‘친일, 우리에게 무엇인가’에서는 규명위의 부실한 조사와 현 정부의 ‘침묵’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 교수는 “친일 청산의 문제는 사법적 선고보다 중요한 역사적 단죄이기 때문에 절차적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데도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우선 고발을 당한 사람이 죄가 없다는 사실을 해명하도록 한 방식 자체가 ‘재판’의 기본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또 시간과 자료의 한계로 부실한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면서도 합의제가 아닌 다수결로 판정을 내린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망각한 처사라고 말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강조했다. 가해자는 일제이고 피해자는 우리 민족이었음에도 친일 행위를 몇 건 한 문화 예술 교육 언론계 인사들이 진정 가해자로서 한 행위였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규명위의 활동에 대해 현 정부가 침묵하는 태도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관제 공산당’이라는 아픈 역사를 통해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린 역사를 갖고 있는데 지금은 ‘관제 친일파’로 국민의 눈물이 반복되고 있다”며 “부실한 판정 때문에 흘리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정부가 중도실용을 이유로 양비 양시론적 태도를 취해 침묵하는 것이라면 기회주의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발제에 이어 이뤄진 토론회와 참석자들의 발언시간에도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토론자로 나선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당대의 복잡한 사정을 현재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후손의 오만은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역사학계의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나오기까지 ‘판단을 유보하자’는 입장을 표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토론에서 “(국가기관의 친일 명단 발표는) 형식으로는 재판이 아니면서 실체는 재판인, 위험한 행위였다”며 “국가가 공문서로 못을 박아 놓으면 역사학자들이 뒤집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봉건왕조시대에 민주주의적 사고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이 부적절하듯이 당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처지와 지배적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국가기관의 판정은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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