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롯데는 울산 사랑, 울산은 롯데 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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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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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고향사랑은 극성에 가깝다. 그는 매년 5월 초 울산 울주군 삼동면 별장으로 고향 사람을 초청해 잔치를 벌인다. 1969년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전국에 흩어진 고향 사람들을 위로하는 자리. 롯데는 올 5월부터 240억 원을 들여 울산에 과학관을 짓고 있다. 내년 6월 완공되면 울산시교육청에 기증한다. 신 회장 모교인 울산자연과학고에는 전산교육관을 기증했다. 해마다 장학금 3000만 원도 내놓는다.

이번에는 사재 570억 원을 출연해 ‘롯데삼동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출범식은 16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신영자 재단 이사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그리고 박맹우 울산시장 등이 참석할 예정. 재단은 소외계층 지원 및 장학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재단 출범식이 열릴 롯데호텔 바로 옆에는 울산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2001년 2월 롯데가 백화점과 호텔을 짓는 조건으로 시내에 분산돼 있던 터미널을 모아 건립한 뒤 울산시에 건물을 기부했다. 땅은 롯데 소유다. 이곳으로 드나드는 고속·시외버스는 하루 1510대. 일반 차량과 뒤엉켜 혼잡이 극심하다. 승객들도 미리 차에서 내려 버스는 대부분 텅텅 빈 채 터미널로 들어간다.

지역에서는 터미널 외곽 이전 여론이 많다. 롯데도 터미널을 옮기고 현 터에는 상업시설 등을 지으려는 구상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았고 롯데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롯데는 “(그룹 회장) 고향 저소득층과 학생 지원, 교육 인프라 확충은 보람 있는 일”이라고 밝혀왔다. 그래서 “롯데가 울산에만 특별한 배려를 한다”는 시비는 없었다. 울산시가 시민 편의를 생각하고, 롯데가 지역에 기여한 점을 감안한다면 터미널 이전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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