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월드컵 ‘서울 스노우잼’ 어제 광화문서 개막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와~ “한밤 인간새들 멋진 묘기에 열광”
허… “교통 막히고 북악산-경복궁 가려”

11일 밤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한밤의 서커스’가 내뿜는 매력에 흠뻑 젖었다.
개막행사인 ‘프리스타일 쇼’에 나선 한 선수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점프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개막한 ‘서울
스노우잼’ 대회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사진공동취재단
11일 밤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한밤의 서커스’가 내뿜는 매력에 흠뻑 젖었다. 개막행사인 ‘프리스타일 쇼’에 나선 한 선수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점프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개막한 ‘서울 스노우잼’ 대회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사진공동취재단
11일 밤 서울 한복판에서 ‘인간새’들이 펼치는 서커스가 벌어졌다. 광화문광장과 인근 보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하늘을 연달아 수놓는 인간새들의 묘기에 환성을 터뜨렸다. 세계 정상권 선수와 임원진 등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막을 올린 2009 스노보드 월드컵 ‘서울 스노우잼’은 박진감 넘치는 겨울 스포츠의 진수를 보여줬다.

○ 도심 속 이색 볼거리로 시선 집중

이날 오후 3시경 눈으로 하얗게 덮인 ‘활주로’와 점프대를 갖춘 아파트 13층 높이(34m, 길이 100m)의 특설경기장에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경기장을 바라보며 “꼭대기가 북악산 정상과 맞닿은 듯하다”며 놀라워했다. 세종로를 따라 광화문까지 이어진 보도에는 가던 길을 멈춰선 시민들이 기다란 띠를 이뤘다.

개막식이 끝나자 개막 행사인 ‘프리스타일 쇼’가 시작됐다. 댄스 음악이 울려 퍼지고, 한 선수가 기다렸다는 듯 활강을 시작했다. “뒤로 내려오는 것 같은데?” 한 시민이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눈이 휘둥그레진 시민들은 다같이 숨을 죽였다. 약 20m 길이의 활주로를 빠른 속도로 내려오던 이 선수는 점프대에 이르자 힘껏 도약했다. 점프대까지 도달한 시간은 불과 2초. 정점에 오른 순간 스노보드를 잡은 채 공중제비를 시도하며 착지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뒤이어 내려온 선수가 균형을 못 잡고 넘어졌다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때는 놀란 가슴을 함께 쓸어 내렸다. 이날 밤 20명의 인간새들은 흐렸던 서울 하늘을 연이어 수놓기 바빴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쇼가 끝난 오후 7시까지 연인원 6만5000명이 스노잼을 지켜봤다고 추산했다.

○ 세계 정상급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

스노잼 대회는 특설경기장 꼭대기 출발점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활강을 시작해 도약대에서 점프한 뒤 공중에서 회전을 하고, 착지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해진 스키점프 경기는 공중에서 회전을 하지는 않는다. 비거리가 길어야 하고, 고난도 회전을 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본격적인 경기가 펼쳐질 12일 오후 6시부터는 올해 모스크바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슈테판 김플(오스트리아) 등 세계 정상급 선수 9명이 토너먼트 경기를 벌이는 ‘슈퍼매치’가 이어진다. 13일 오전 10시에는 본대회인 스노보드 월드컵 예선전을 시작한다. 국제스키연맹(FIS) 점수가 50점 이상인 선수 33명이 참가하고, 2명씩 대결하는 토너먼트로 진행한다. 두 번씩 점프를 한 뒤 점수를 합산해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결승 토너먼트 진출자 9명을 가린다. 오후 4시부터 열리는 결승 토너먼트에서는 각 선수가 세 번 점프를 해 가장 낮은 점수를 제외한 두 개의 점수를 합산해 우승자를 결정한다.

○ 엇갈린 반응

대학생 김다희 씨(20·여)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역동적인 스포츠가 열린다는 것이 놀랍다”며 “전 세계에 서울을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가이드 신성일 씨(28)는 “이제 우리도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좋은 상품이 하나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심에서 교통체증까지 빚어가며 우리나라의 상직적인 거리에서 이런 행사를 열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원대상 씨(55·서울 강동구 천호동)는 “광화문광장의 자랑인 북악산과 경복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며 “품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용운 씨(40)는 “새로운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상업적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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