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 서울동부지법 제1호 법정에 ‘박 회장’이 등장했다. 낡은 연갈색 죄수복을 입고 팔에는 수갑을 찼지만 1900억 원을 횡령한 거물답게 풍채는 당당했다. 횡령한 돈으로 큰 도박판을 벌여 ‘박 회장’으로 통했던 전 동아건설 자금관리 부장 박상두 씨(48·구속)는 변호인단도 화려했다. 국내 로펌 8위인 바른과 개인 변호사가 박 씨의 변론을 맡았다.
법무법인 바른은 최근 검찰 출신인 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서범정 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을 동시에 영입해 법조계에서 화제가 된 곳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스테이트월셔 회장 공모 씨 등 굵직한 사건의 피고인 변호를 맡아 법조계에서는 “바른이 형사사건을 싹쓸이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박 씨와 공모해 동아건설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직원 김모 씨(49) 측 변호인으로는 국내 2위 로펌인 광장과 13위인 동인이 선임됐다. 재판장 방청석에는 신한은행 법조타운 지점장도 참석했다. 박 씨에 대한 형사재판 이후 진행될 예정인 동아건설과 신한은행의 민사재판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박 씨가 빼돌린 돈 중 890억 원은 신한은행 신탁계좌에 보관돼 있던 회생채무변제금이었다. 동아건설은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을, 신한은행은 3위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1900억 원이 걸린 다툼인 만큼 국내의 내로라하는 로펌이 대거 모인 재판장은 흡사 로펌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박 씨 측의 한 변호사는 “사건기록이 워낙 방대하고 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기 때문에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화려한 변호인단을 구성한 만큼 변호사 수임료 부담도 몇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박 씨 소유의 재산은 발이 묶인 상태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파트는 횡령이 드러난 직후 8월 5일 동아건설에 가압류됐다.
검찰은 박 씨가 횡령한 금액이 19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일부만 숨겼다고 해도 큰 재산이 될 수 있어 은닉재산을 파헤치는 데 집중해 왔다. 검찰 수사결과 경기 이천시 포도밭에 묻어 둔 3억5000만 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유 씨의 변호인은 "박 씨 아내가 '돈을 지인에게 맡겨 놨는데 변호사비로 쓸 수 있게 맡아달라'고 해 유 씨가 돈을
받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은 “수임료만 수억 원이 될 대형 로펌 변호인을 선임한 것을 보면 숨겨놓은 재산이 많은 모양”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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