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선택제’ 결국 흐지부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2단계 ‘40% 추첨’서 ‘근거리 우선배정’ 수정
“강남구 등 특정지역 거주학생에 혜택” 논란
市교육청 방안 확정

서울시교육청이 현재 중학교 3학년생들부터 처음 실시하는 고교선택제에서 사실상 학생 선택권을 대폭 축소하는 배정 방안을 확정해 학부모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4일 3단계 배정 방안 중 2단계에서 지원율이 높은 학교는 교통편을 고려해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학생을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시교육청이 밝힌 고교선택제 방안은 1단계에서 서울 전 지역 학교를 선택해 학교별 정원 20%를 추첨해 배정한 뒤 2단계에서 거주지 일반학교군 내에 있는 학교를 선택해 정원 40%를 추첨 배정하도록 돼 있었다. 나머지 40%는 3단계에서 거주지와 교통편을 고려해 강제 배정한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이날 밝힌 방안에 따르면 2단계에서 지원율이 높은 학교의 경우 같은 학군에 속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은 배정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특히 지원율이 높은 학교들은 대부분 강남구와 양천구 등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에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 혜택’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회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와 교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학생의 통학 편의를 위해 거주지를 고려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시교육청이 연 의견 수렴 자리에는 노원, 양천, 종로구 거주 학부모 4명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선택제를 담당하는 김영식 장학사는 “가까운 학교에 배정받지 못해 먼 곳으로 가야 하는 학부모들에게 ‘왜 우리가 밀려나야 하느냐’는 전화를 숱하게 받았다”며 “고교 배정 관련 담당자 입장에서 두려운 것은 원래 배정지역에서 벗어나는 학부모의 항의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 고교선택제 도입 취지가 아니냐는 질문에 김 장학사는 “(선호지역에 거주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시교육청이 지난달 3일 발표한 2차 모의 고교선택 결과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강서교육청 관할인 양천, 강서구 학생들이 먼 거리로 배정받을 확률이 높았다.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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