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생사… 엇갈린 희비

  • 동아일보

실내 실탄사격장 방재시설 일제 점검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참사의 화재 원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실내 실탄사격장을 찾아 방재시설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실내 실탄사격장 방재시설 일제 점검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참사의 화재 원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실내 실탄사격장을 찾아 방재시설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부산 사격장화재 사망자 1명, 신원확인 과정서 ‘일본인→한국인’ 수정

두차례 감식… 바닥에 떨어진 잔류화약 발화 가능성도

부산 중구 신창동 가나다라 사격장 지배인 이종인 씨(43)의 가족들은 14일 이 사격장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한 뒤 사흘간 시신과 부상자가 있던 경남 양산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하나병원을 정신없이 헤매고 다녔다.

가족들은 그가 사고 현장에서 분명히 변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이 15일 발표한 사망자 명단에는 ‘이종인’이라는 이름이 없었다. 한솥밥을 먹은 가족이었지만 시신이 너무 처참한 상태여서 알아보기 힘들었다. 가족들은 오로지 경찰이 발표한 중상자 가운데 ‘종업원 추정 40대’가 이 씨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런 소망은 무너졌다. 이 씨의 형(46)이 시신이 안치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한 시신 팔목의 롤렉스시계와 금팔찌를 보고 동생인 것을 직감했다. 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동생인 것 같다”고 가족에게 알렸다.

이 씨의 외아들 대준 군(16·고교 1학년)은 “아빠를 기쁘게 해드린 일이 없었다. 서울대에 진학해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대준 군은 학교에서 1∼4등을 유지하며 다음 달 열릴 예정인 서울대의 전국 고교 우수학생 캠프 대상자로 선정돼 있었다. 이 씨의 부인도 “나쁜 사람…, 나 혼자 남겨두고”라며 오열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무이, 내 왔소. 밥 주소’라며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며 허공만 바라봤다. 이 씨는 사고 며칠 전 어머니에게 “사장님이 며칠 뒤 월급을 더 올려주신다고 했으니 그때 생활비 더 드릴게요”라고 했다고 한다.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를 수사 중인 부산 중부경찰서는 16일 일본인 사망자 7명, 한국인 사망자 3명, 부상자는 일본인 4명, 한국인 2명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본인 8명, 한국인 2명’이라는 전날의 사망자 발표를 하루 만에 수정한 것. 유족들의 시신확인 과정에서 시신의 신원이 새롭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씨와 달리 전날 숨진 것으로 발표됐다가 부상자로 판명된 일본인 나카오 가즈노부(中尾和信·37) 씨의 가족은 하나병원에 입원한 나카오 씨를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루 만에 생사가 뒤바뀐 것이다.

한편 경찰은 “두 차례 현장감식에서 수집한 증거자료를 분석하고 있지만 화재원인을 밝혀줄 인화물질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17일 오후 3차 현장감식에 나서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화재가 누전 또는 담뱃불이 원인이거나 사격장 내 화약가루에 불이 붙으면서 폭발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도 알아보기 위해 사격장 출입자와 최근 한 달간 사격장 폐쇄회로(CC)TV 7대의 녹화분량을 파악하고 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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