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공백 50일… 하루 하루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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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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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급속 확산… 초중고생 내달 중순돼야 백신 접종… 항체 생성엔 2주 더 걸려

건강한 20대 여성 등 어제 4명 추가 사망
30일부터 전국 모든 약국서 항바이러스제 구입 가능

“신종플루… 골치 아파요”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27일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가진 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신종 플루 사태 이후 정부가 관계부처 장관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홍진환 기자
“신종플루… 골치 아파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27일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가진 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신종 플루 사태 이후 정부가 관계부처 장관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홍진환 기자
27일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예방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5월 2일 첫 확진환자가 나온 지 반년이 흘렀고 8월 15일 첫 사망자가 나온 지 72일 만이다. 그러나 집단 감염 위험도가 높고 2차 감염의 매개가 되기 쉬운 초중고교생은 11월 중순이나 돼야 접종이 가능하다. 접종 후 통상 항체가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2주일)까지 감안하면 앞으로도 40∼50일이나 남았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확산 속도가 빨라 2, 3주 후에는 학교에서만 하루 평균 7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 이후에는 증가 속도가 둔화되겠지만 그때까지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보건당국과 교육당국, 학부모 모두 긴장감이 극에 달해 있다. 27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복지부에서 회의를 한 뒤 공동담화문까지 발표했다.

담화문에서 보건당국은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30일부터는 처방전만 있으면 항바이러스제를 전국 어느 약국에서나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일생활권에 속한 학교들의 휴업 휴교 조치도 검토했으나 관계부처 간 이견 때문에 다시 논의키로 했다. 보건당국은 “휴업 휴교는 의학적 차단 효과가 없다. 학원과 PC방이 학교보다 훨씬 더 취약한 다중 밀집지역이다”라고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교육당국은 그 대신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2일)에 대비해 고3 교실은 하루 단위로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수능 당일 시험장에 배치할 의사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75%가량 확보했으며 이달 말까지 나머지 25%를 채운다는 목표다.

예상치 못했던 건강한 사람의 사망은 공포를 부르고 있다. 26일에도 평소 지병이 없던 건강한 20대 여성이 신종 플루에 감염된 후 숨졌다. 비(非)고위험군으로는 네 번째 사망자다. 이 여성은 18일 바이러스 뇌염으로 판정받고 입원치료를 받던 중 26일 사망했다.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바이러스도 호흡기가 아닌 뇌에서 검출됐다. 지난달 1일 뇌사에 빠진 후 21일 만에 숨진 40대 여성과 비슷한 사례다. 보건당국은 바이러스가 뇌를 공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외국의 사망 사례 가운데 20% 정도는 건강한 사람이다”라며 “그러나 왜 그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폐 안의 가장 깊은 부분인 ‘폐포’로 들어가면 혈관으로 침투해 모든 장기를 공격할 수 있다”며 “따라서 건강한 사람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평소 개인위생을 깨끗이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7일 보건당국은 건강한 20대 여성 외에도 3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종 플루 사망자는 모두 29명으로 늘어났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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