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도 ‘미혼’으로…” 문서위조의 달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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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광고 통해 모집
242명에 2억대 챙겨

국내외 대학졸업증명서, 토익성적표, 혼인·가족관계증명서, 피부관리사 자격증….

고객이 원하면 어떤 문서도 위조할 수 있다며 인터넷 광고를 통해 사람들을 유혹한 ‘문서 위조의 달인’들에게 불가능은 없어 보였다. 고객이 신청하면 견본까지 보내줬다. 이를 보고 돈을 부쳐주면 빠르면 2시간 안에 증명서가 파일 형태로 e메일로 들어왔다.

지방의 한 전문대를 졸업한 김모 씨(37)도 3월 우연히 접한 ‘위조의 달인’ 광고를 접하곤 마음이 흔들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30만 원을 주고 서울시내 모 사립대 건축공학과 졸업증명서를 의뢰했다. 비자문제 때문에 4년제 대학졸업자를 우대하는 두바이 주재 국내 건설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김 씨는 위조된 증명서로 취업에 골인했다. 김 씨처럼 위조증명서로 취업에 성공한 이는 10여 명에 달했다.

위조서류는 학력뿐 아니라 가족관계나 나이를 속이는 데도 사용됐다. 정모 씨(37·여)는 이혼 여성임을 숨기기 위해 가짜 가족관계증명서를 의뢰했다. 당시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딸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의뢰인 가운데는 10대 청소년도 있었다. 최모 양(18)은 나이트클럽을 드나들기 위해 가짜 주민등록증을 의뢰했고 함모 씨(20)는 입시학원 상위반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위조를 부탁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인터넷 광고로 의뢰인을 모집한 뒤 졸업장과 주민등록증 등 각종 위조 증명서를 판매한 중국 문서위조단 국내 연락책 이모 씨(33)를 구속하고 자금송금책인 강모 씨(37)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위조문서를 의뢰한 24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은 3월부터 3개월간 중국에 있는 문서위조단이 만든 졸업·성적증명서, 국가기술자격증 등을 의뢰자 242명에게 넘겨주는 대가로 1인당 30만∼130만 원을 받아 2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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