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량 따져보니 CO₂녹색소비 보이네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탄소성적표지 2월부터 운영
CO2 줄이기 생활화 도움
친환경 인증제 등 확대 필요

‘생산에서 폐기까지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그 양이 제일 적은 것을 쓴다.’

지구촌에 유행 중인 녹색 소비 운동이 지향하는 목표다. 녹색소비는 선진국에서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인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생활운동으로 이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선 녹색 소비가 아직 생활 속에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이 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 멀고 먼 녹색소비의 길

과거 친환경 소비가 이미 생산된 제품을 갖고 유해성을 따졌다면 요즘의 녹색소비는 생산 과정까지 살펴보는 것이 특징이다. 아무리 유해하지 않은 제품이라도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았다면 녹색소비자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의 일반 소비자는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고르기 어렵다. 이런 표시가 붙은 제품이 적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한국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친환경 제품의 40%가 사무용품과 사무용 기기에 편중돼 있다. 또 시중에는 환경마크가 붙은 상품이 많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에서 탄소배출량 표시 제도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 환경부가 올해 2월부터 운영하는 ‘탄소성적표지’(일명 탄소라벨링)라는 제도가 그것. 탄소성적표지는 상품 생산과정이나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 제품에 인증마크를 붙이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 9월 중순까지 인증마크를 붙인 제품은 55종에 불과하다. 탄소성적표지 제품이 적다 보니 다른 제품과 비교하기도 어렵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은 “녹색소비를 활성화하려면 독일과 일본에서 개최하고 있는 ‘녹색 모범도시’ 경연대회 등 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 표준을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생활 속 실천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음식점을 차린 김선배 씨(46)는 식재료를 충북 단양군에서 직접 사들이고 있다. 비료와 농약을 적게 쓰는 유기농 식품을 찾는 손님은 많은데 서울에선 가격이 현지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일반인도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생활협동조합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유기농 식품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소비를 위한 기반이 잡히지 않는데도 일상에서 탄소배출량을 따지는 소비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의 선택 영역은 식품뿐만 아니라 의류 가구 화장품 등 다양하다. 주부 강정숙 씨(43)는 백화점 의류 매장에 가면 유칼립투스나무를 소재로 만든 텐셀 섬유제품을 찾는다. 강 씨의 친구들은 LG패션 헤지스의 100% 유기농 면화 청바지, 비비안의 텐셀 섬유를 사용한 러닝셔츠, 베이직하우스의 유기농티셔츠 등 친환경 제품만 구매하는 ‘골수 녹색파’다. 롯데마트 탁용규 홍보팀장은 “머지않아 녹색소비자들이 국내에서도 소비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소비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불붙었다. 회사원 이미경 씨(35)는 “주위 동료들은 대부분 천연재료로 만든 화장품을 인터넷에서 구매한다”고 전했다.

○ 녹색소비의 효과

녹색소비의 효과에 대한 자료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농경지인 4억3100만 에이커(약 5720억 평)를 유기 농지로 바꾸면 1억5800만 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는 자료가 나왔다.

한국 녹색성장위원회가 낸 교육 자료에 따르면 100W 전구를 하루 12시간씩 1년 내내 사용할 경우 석탄 170kg이 필요하고 이산화탄소 0.5t이 배출된다. 한국의 모든 가정이 백열전구 모두를 안정기 내장형 램프로 바꾼다면 연간 730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