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해직 122명 핵심간부로 불법활동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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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치투쟁 단호 대처”

정부, 올 상반기에 알고도 이번달에야 시정명령
“민노총 가입 투-개표 과정에도 위법… 형사처벌”

정부가 통합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결정과 관련해 투·개표 과정의 위법 행위 의혹과 불법 정치투쟁 가능성에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23일 “위법 행위에 대한 채증 작업이 마무리되면 내부 징계는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하고 개표 과정에 대한 검증 작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한 법무부, 이달곤 행정안전부,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이날 대국민 담화문에서 “공무원노조가 정치투쟁에 참여해 불법 활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해직된 전직 공무원 122명이 불법적으로 공무원노조의 핵심 간부 등으로 활동해온 사실을 알고도 지난달 말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가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되기 이전에 노조 활동을 하다 해임된 전직 공무원 중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에 각각 91명과 31명이 핵심 노조 간부 등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신 의원을 통해 이들의 명단을 처음 공개했다.

노동관계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조원으로 활동할 경우 정부의 시정요구 절차를 거쳐 노조 설립을 취소하도록 돼 있다. 행안부는 자료에서 “해직자들이 공무원노조의 핵심 간부로 활동하며 민간단체 등과 연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등에 참여하고 강경 정치 투쟁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올 상반기에 파악하고도 9월 18일이 돼서야 시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행안부에서 명단을 넘겨받은 노동부는 실태 파악이 안 됐다는 이유로 해직자 일부에 대해서만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이들 노조가 30일 안에 해직자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지 않을 경우 노조 설립 자체를 무효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정부의 요구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현행대로 노조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해직자들이 민주노총 가입과 공무원노조 통합을 주도해 공무원노조를 불법과 탈법의 백화점으로 전락시켰다”며 “좌파정권 10년 동안 친(親)노동 행정에 익숙해진 노동부가 초기에 강경 대응을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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