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거점병원 위생관리 ‘엉망’

  • 입력 2009년 9월 15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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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삼성병원 외래채혈실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상담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강북 삼성병원 외래채혈실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상담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병원 내 감염이 잇달아 발생한 대구의 한 대형병원. 1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병원 중환자실을 출입하는 의료진의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복도에는 의료진과 환자를 위한 손 세척기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병원의 허술한 방역과 위생관리가 병원 내 감염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대구의 이 병원 외에 현재까지 병원 내 감염이 우려되는 병원은 없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날 대구와 서울의 일부 거점병원의 방역과 위생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소독과 마스크 착용 등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는 병원들도 많았지만 무방비 상태인 병원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A병원. 원무과 앞의 대기실에만 1시간동안 100여 명이 이용했다. 기침을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사람에게도 마스크를 주지 않았다. 열이 심한 아이가 찾아왔지만 격리 진료하지 않고 다른 환자들과 함께 일반 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또 다른 거점병원인 서울 영등포구 B병원은 응급실 옆에 컨테이너 박스를 두고, 임시 진료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화장실은 구분하지 않아 일반 환자와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뒤섞여 있었다. 화장실에는 가장 기본적인 손 세척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서울 중구 C병원은 휴식 공간을 분리하지 않았다. 신종플루 의심 환자와 일반 환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음료수를 마셨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니 일반 환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폐질환으로 B병원에 입원한 임 모(17)군은 "병동에 있다가 답답해서 나왔는데 신종플루 환자들과 우연히 접촉해 감염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병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대구 병원의 한 의사는 "하루 평균 8000~9000 명의 외래 환자와 보호자가 이용하는 이런 대형 병원에 신종플루 확진 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거점 병원 운영방식이 문제"라며 "신종플루 환자는 별도의 의료시설에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한 거점병원은 보건당국의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전국 464개의 거점 병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병원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책본부는 이 중 21개 병원에 대해 거점병원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들 병원은 △24시간 응급실 진료가 불가능하고 △별도의 격리 진료실이 없고 △내과 소아과 등 필수진료 의사가 없으며 △문제점을 개선할 의지도 없어 지정을 취소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한편 13일까지 신종플루 감염자는 9968명으로 집계됐다. 14일 감염자까지 합치면 1만 명을 넘어섰다. 대책본부는 "환자의 대부분이 완치됐으며 7명의 사망자를 빼고 현재는 9명의 중증 환자 가운데 3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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