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경보시스템 불통 알고도 방치

  • 입력 2009년 9월 9일 20시 09분


코멘트
북한 황남댐 방류로 실종된 고이두현씨의 시신이 이송된 9일 오전 연천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신원확인을 마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북한 황남댐 방류로 실종된 고이두현씨의 시신이 이송된 9일 오전 연천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신원확인을 마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6일 발생한 임진강 야영객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이 사고 발생 이틀 전 교체한 홍수자동경보시스템 통신장치가 불통이라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경기 연천경찰서 관계자는 "한국수자원공사 군남홍수조절지 사무소 시스템 관리자 송모 대리가 4일 교체한 경보시스템의 보조통신장비(CDMA)가 불통인 사실을 알고도 사고 당일인 6일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임진강 수위 정보를 경보시스템의 서버에 전송하는 장치다.

하지만 경찰은 "보조통신장치의 불통이 경보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8일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 씨의 상급자들에 대해서도 관련 보고가 전달됐는지, 그리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수색 나흘째인 9일 시신 3구가 추가 발견되면서 이번 사고로 발생한 실종자 6인의 시신이 모두 인양됐다. 민관군 합동 수색팀은 9일 오전 11시 47분경 사고발생 지점에서 하류로 1㎞가량 떨어진 미산면 동이리 합수머리에서 이두현 씨(40)의 시신을 인양했다.

수색팀은 앞서 오전 7시 16분경 임진강 비룡대교 상류 100m 지점에서 이용택 군(8)의 시신을, 오전 8시 6분경 비룡대교 상류 500m 지점에서 백창현 씨(38)의 시신을 발견해 인양했다. 실종자 6명 중 서강일(40), 김대근(39), 이경주(38)씨 등 3명의 시신은 7일 발견됐다.

유가족들은 연천보건의료원에 임시 안치된 시신들을 경기 고양시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옮겨 합동분향소를 마련키로 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사고수습대책본부가 마련된 경기 연천군 왕징면사무소에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와 장례절차 등을 협의했지만 결론을 얻지 못하고 오후 6시부터 협의를 재개했다.

유가족 공동대표 이용주 씨(48·사망자 이경주 씨의 사촌 형)는 "수자원공사와 정부당국 이 장례와 배상 문제에서 성의 있게 나서주기를 기대한다"며 "유족들이 공동으로 변호사까지 선임한 만큼 수자원공사나 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법적책임을 묻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천=우정열기자 passi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