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의류공장’ 밤엔 ‘짝퉁공장’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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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장 35곳과 결탁 가짜명품 250억대 유통 40명 검거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한 의류공장에서는 밤마다 소음이 들렸다. 주민들은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공장에 원단이 운반되는가 하면 가방 모양으로 자른 고급 천들도 보여 이상하게 여겼다. 알고 보니 평화시장에 납품하는 저가 의류를 만든다던 이 공장은 밤마다 ‘짝퉁 명품가방’을 만들고 있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일반 의류공장인 것처럼 위장해 낮에는 의류를 팔고 밤이면 루이비통, 샤넬 같은 해외 유명상표의 디자인을 베낀 가방이나 시계, 의류를 만들어 총시가 25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짝퉁’ 판매업체 업주들과 이들에게 원단을 제공한 태모 씨(53) 등 40명을 붙잡아 태 씨를 비롯한 2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1월 중순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공장을 세운 태 씨로부터 해외 유명상표가 찍힌 원단을 사 짝퉁 가방과 의류 등을 재봉한 뒤 브로커를 통해 시중에 유통했다. 태 씨는 짝퉁 전과만 네 번에 이르는 가짜 상표 전문가로 지난해 말 교도소에서 출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짝퉁 공장을 세우고 상표를 찍는 기계까지 사들여 범죄를 계획했다. 이번에 적발된 35개 업소는 서울 경기 일대의 일반 의류공장으로 업주들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도매 단가만 2배를 넘게 받을 수 있다는 태 씨의 말에 혹했다”고 범죄에 가담한 이유를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7개월 동안 만든 5만5000여 점의 짝퉁 명품은 시장에서 일반 가방보다 10배가량 비싼 가격에 팔려 나갔다”며 “일부는 롤렉스 등 고급시계도 만든 것으로 밝혀져 그 재료 구입 경로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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