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제주지사 “승패 무의미… 갈등 비용 너무 컸다”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주민소환 투표에서 투표율 미달로 업무에 복귀한 김태환 제주도지사(왼쪽)가 27일 오전 출근하면서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주민소환 투표에서 투표율 미달로 업무에 복귀한 김태환 제주도지사(왼쪽)가 27일 오전 출근하면서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명분없는 소환 도민이 심판… 해군기지 논란 종결돼야”

주민소환 청구 부결로 27일 업무에 복귀한 김태환 제주지사는 임시 직원회의를 마친 뒤 서울로 향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확산으로 도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자 치료제 확보 등을 위해 정부 관계부처를 방문한 것. 도청을 떠나기 전에 김 지사를 만났다. 주민소환 투표를 떨쳐 버린 홀가분한 기분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얼굴 표정이 무거웠다. 김 지사는 “도민에게 걱정을 많이 끼쳐 드렸다. 한 수준 높은 특별자치도로 가기 위한 홍역으로 생각하지만 곳곳에서 상처가 많이 생겼다. 마음이 편할 수 없다. 도정을 이끌면서 하나씩 풀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등 주민소환 사유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투표율이 11%에 그친 것은 주민소환 청구가 명분과 실리가 없었다는 것을 도민이 심판한 것이다. 해군기지는 국가안보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주민여론 수렴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입지를 선정했다. 해군기지는 제주도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권력 남용도 아니다. 무능, 독선으로 비칠 문제도 아니다. 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 지나친 억지 주장을 펼쳤다.”

―해군기지는 어떻게 추진하나.

“해군기지 논란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소환 청구는 정말 무모하고 무의미한 일이 된다. 다음 달 환경영향평가서 심의위원회 제출 등 필요한 절차를 밟는다. 난관 속에서도 해군기지를 수용했다. 지역종합발전계획 등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

―직원회의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했지만 사회적 비용 지출이 심했는데….

“승패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적극적인 경제시책을 펴지 못해 선량한 다수의 도민이 피해자가 됐다. 19억 원이라는 투표 관련 비용, 20일간 지사 직무정지, 4개월에 이르는 주민소환 추진기간에 빚어진 갈등 고조 등으로 잃어버린 것이 많다. 제주도 이미지나 대외적 신인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주민소환 제도의 남용을 막는 법 개정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높다. 소통과 해결 방안은….

“강정마을 주민들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번 주민소환 투표를 계기로 과거를 훌훌 털고 더불어 가야 한다. 당장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렵지만 화해하고 발전을 논할 수 있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만들겠다. 마을에 약속한 발전 계획을 착실히 추진해 강정마을 공동체와 해군기지가 공존 번영하는 길을 만들겠다.”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법인 병원), 관광객 전용 카지노 등 현안을 앞에 두고 있는데….

“내년 특별자치도 출범 4년차를 맞아 확실한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4단계 제도 개선이다. 관광객 전용 카지노는 출입횟수, 베팅 제한 등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의료산업을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투자개방형 병원이 필요하다. 도민 의견을 좀 더 수렴하면서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정하겠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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