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가족 333명 ‘행복 실은 다둥이 기차’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다둥이 가족 여름기차여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18일 경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노지현 기자
‘다둥이 가족 여름기차여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18일 경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노지현 기자
6자녀 이상 가족 초청받아“외식도 힘든데 여행 감격”
맏이는 막내 젖병 물리고 친해진 아이들은 왁자지껄

“가족여행은 처음입니다. 넷째 아이까지는 맞벌이에 정신없이 사느라 놀러갈 여유가 없었고 다섯째부터는 한 차에 다 실리지가 않더라고요.”

아내 홍진숙 씨(37)는 “신혼 초에는 이렇게 많이 낳자는 계획이 없었는데 벌써 7남매가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남편 지성근 씨(41)는 “기차여행을 앞두고 일찍 일어났는데 아이 7명을 준비시키느라 자꾸 늦어져 기차 놓칠까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다섯째인 딸 지혜(6)는 유리창에 코를 박고 바깥을 열심히 내다보다가 “딸들 머리 묶다가 늦겠다고 아빠가 좀 화내셨다”고 소곤소곤 일렀다.

이들 부부는 18일 ‘다둥이가족 여름기차여행’에 참가하기 위해 인천 서구에서 서울역으로 왔다. 청주MBC(사장 김재철)가 기획한 이번 여행에는 전국에서 6명 이상의 자녀를 둔 38가구 333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8일 경주 관광, 1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견학 및 운동회에 이어 20일 영동 포도따기 행사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치게 된다.

처음에는 가족끼리만 옹기종기 앉아 있는 듯하더니 어느덧 아이들끼리 친해지면서 기차 안은 왁자지껄해졌다. 담당 의료진으로 참가한 소아과의사 이상은 씨(39)는 “우리 집은 아이가 4명뿐이라 ‘자격 미달’이지만 특별자격으로 기차에 탈 수 있었다”며 “주변에서 ‘어떻게 4명씩이나 낳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여기 오니까 4명은 명함도 못 내밀겠다”며 웃었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대다수 가족은 가족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10명의 자녀를 키우는 김정수 씨(47)는 “대가족이어서 외출이나 외식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녀가 아직 어린 부부들은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돼서 식당에 잘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참가 부부들은 “다둥이를 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며 “‘자식을 방임하는 것이 아니냐’ ‘대학 교육까지 시키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낳는 것만이 부모의 도리는 아니다’는 등의 말을 들을 때는 속이 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행에 참가한 가족들은 “여러 명의 아이를 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윤미숙 씨(45)는 “출산의 고통을 7번이나 겪었지만 7명의 아이가 나에게 주는 기쁨은 그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행 중에는 고등학생 맏이가 갓난아기 막내에게 젖병을 물리며 돌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 진행자가 아이가 셋이라고 하자 윤 씨는 “더 낳아보세요. 왜 아이가 행복을 주는지 그때 이유를 알 겁니다”라고 말했다.

경주=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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