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 vs 최루액… 쌍용차 다시 전쟁터로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 노사협상 결렬 이후 일촉즉발 긴장 고조

노사 협상이 결렬된 다음 날인 3일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에는 다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협상 결렬 직후 ‘자체 진입’ 가능성을 밝힌 사측은 이날 도장공장 접근을 시도했다. 노조원들은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경찰도 헬기에서 최루액을 쏟아 부으며 노조원 봉쇄에 나섰다. 공장 밖에서는 진보단체 회원들과 경찰의 몸싸움이 이어지는 등 협상 결렬 이후 쌍용차 안팎에서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사측, 지게차로 장애물 제거
농성 노조원 볼트 쏘며 맞서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반경 북문과 후문 등지에서 도장공장 쪽 진출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들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으로 볼트와 너트를 발사하며 저항했다. 이어 오전 11시 반경에는 사측이 투입한 지게차 10여 대가 도장공장 주변으로 접근했다. 보호철망으로 둘러싸인 지게차에는 사측 직원과 용역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공장 주변의 대형 폐기물 처리함과 철제 팔레트 등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도장공장 옥상에 있던 노조원들은 다시 공격에 나섰다. 경찰은 물대포를 이용해 불을 끄면서 사측의 바리케이드 제거작업을 도왔지만 노조원들의 저항이 거세 사측은 낮 12시 반경 본관 뒤로 물러섰다.

○…공장 밖에서도 험악한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은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협상 결렬 선언을 비난하고 경찰력 철수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단체 회원 100여 명은 도로 점거를 제지하는 경찰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특히 오후 5시경에는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회원 100여 명과 사측 직원 100여 명이 말다툼 끝에 돌을 던지는 등 서로 폭력을 휘둘러 10명 안팎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도장공장은 위험한 미로
직원들도 2시간 헤맬 정도

○…노조원들이 점거농성 중인 도장공장의 구조가 복잡해 사측이나 경찰력이 투입될 경우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공장 내부가 작업라인별로 완전히 나뉘어 있어 마치 ‘미로’처럼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자인 유모 씨(55·여)는 “도장공장 안은 미로처럼 어지럽다”며 “계단도 가파른 철 구조물이어서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유 씨는 “직원들도 자기 라인 외에는 지형지물을 잘 모르고, 어떤 사람은 2시간 동안 헤매다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노조원이 많은 도장2공장의 경우 1층에는 1차 도장부스 및 슬림장치(차량빗물방지 부품 설치), 시너탱크, 혼합탱크가 있다. 2층에는 2·3차 도장부스가 있다. 3, 4층에는 노조사무실 및 복지관, 각종 기계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사측이 ‘자체 진입’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분위기. 그러나 상당수 직원이 사측 결정과는 상관없이 진입 의사를 밝히고 있어 돌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만약 직원들이 행동에 나선다면 협력업체들의 파산신청에 앞선 4, 5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경찰은 평택공장 경비 경찰력을 30개 중대에서 40개 중대로 늘렸다. 소방당국도 당초 소방차 38대, 소방관 98명이던 인력과 장비를 각각 47대와 129명으로 늘렸다.

“화재시 피해 커질 우려”
소방본부, 급수재개 요청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쌍용차 사측에 도장공장 급수 재개를 요청했다. 단수조치로 공장 내 소화전과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의 작동에 지장을 주는 것이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법)’에 저촉된다는 게 이유. 도 소방본부 측은 “공장 내 단수 조치는 화재 발생 시 진화를 지연시켜 인명 및 재산피해를 키울 수 있다”며 “검찰과 형사상 조치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농성장 안팎에서는 경찰이나 사측의 강제진압에 따른 화재 가능성에 대비해 소방 당국이 예방 대책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은 3일 오후 3시 반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집무실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며, 지금 상황에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과거의 참극을 되풀이할 것”이라며 “물, 식량, 의약품 등 기본적인 물품의 반입과 의료진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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