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부모-자녀 윈윈 대화법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티격태격→화기애애… 대화 10계명 익히니 달라졌어요”

《사춘기 자녀는 짜증을 많이 내고 감정기복이 심해 부모와 자주 말다툼을 한다. 말다툼을 피할 수 없다면 감정 소모만 큰 ‘말싸움’ 대신 영양가 있는 ‘대화’로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녀와의 말다툼을 대화로 바꾸는 법’ 10계명을 소개한다.》

① 서로 ‘윈윈(win-win)’하라

자녀와 말다툼을 할 때는 내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부모가 항상 이기면 자녀는 나중에 공격적인 사람이나 수동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자녀가 항상 이기면 자녀는 응석받이가 되거나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느 쪽도 이기지 않아야 서로에게 이롭다.

② 되도록 화를 참아내라

신진숙 씨(40)는 두 아들과 컴퓨터 문제로 자주 다퉜었다. 컴퓨터를 끄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자 코드를 뽑아버렸다가 아들과 둘이서 ‘집안이 쑥대밭이 되도록 싸운’ 적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엄마가 조금만 더 있으면 화가 날 것 같으니까 컴퓨터를 껐으면 좋겠다”고 미리 알려준다. “다섯 셀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꼽으면 아들도 웃으며 컴퓨터를 끈다.

자녀에게 화가 났을 때는 이처럼 한 템포 쉬어가는 편이 좋다. 화를 통제하려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1단계는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2단계는 ‘나는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가?’, ‘내가 화를 낼 만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 3단계는 화를 조절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쓰는 것이다(그래픽 참조).

③ 너무 흥분했다면 ‘타임아웃(Time out)’을 외쳐라

너무 화가 나서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다면 ‘타임아웃(Time out)’를 외치자.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 10∼20분 후에 다시 만나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녀에게 상처 주는 말, 행동을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다.

④ 부모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라

아들 둘을 둔 이승숙 씨(47)는 예전에 당시 중학생이던 큰아들과,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작은아들의 싸움을 중재하다 큰아들을 울린 적이 있었다. 큰아들은 “동생이 잘못했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만 그러냐”며 울었다. 이 씨는 “뭘 잘했다고 우냐”며 다그치는 대신 “둘 다 혼내야 하는데 너만 혼내서 미안하다. 엄마가 실수했구나”라고 말하며 곧바로 잘못을 시인했다. 큰아들도 금방 마음이 풀렸다. 이 씨는 “아이들에게 괜한 자존심을 부려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더라”면서 “엄마도 어른이지만 실수할 수 있다, 배울 점도 있다고 인정하면 서로 마음이 통하고 아이들도 수긍을 한다”고 말했다.

⑤ 아이의 마음을 읽어라

부모, 자녀 간의 대화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경청’하는 것이다. ‘그래, 네가 화가 많이 났었구나’처럼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며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바로 경청이다. 단, 감정은 수용해주되, 행동은 한계를 지어야 한다. 특히 부모를 때리거나 욕하는 아이라면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한다.

⑥ 속마음을 이야기하라

부모라고 일방적으로 감정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감정을 자녀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

한 엄마는 아들에게 “공부 안 하냐”며 야단을 쳤다가 “엄마는 그렇게 공부 잘해서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만 자존심이 상했다. 생각 같아선 아들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키가 훌쩍 자란 아들을 때리려면 점프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식탁의자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며 머리를 쥐어박았지만 기분이 쉽사리 풀리질 않았다. 이 엄마는 ‘그때 자녀에게 속마음을 말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그래, 엄마는 학교 다니면서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하지 않았어. 그런데 살다 보니까 참 후회되더라. 엄마는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하고 다른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솔직히 이야기했다면 서로 상처를 남기지 않는 말다툼이 됐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⑦ 한 번에 한 가지만 이야기하라

부모들은 자녀와 말다툼을 할 때 다른 일까지 끌어들여 자녀를 혼내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과거에 잘못한 일까지 끄집어내 이야기하거나 전혀 상관없는 일로 주제를 확대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자녀는 ‘할 말이 없으니까 저런 식으로 비겁하게 나를 누르려고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더 심하게 반항한다.

⑧ 함께 대안을 모색하라

‘자녀의 잘못을 파고들어 따지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이해하고 도와주기 위해’ 대화를 해야 한다. 방학 때마다 늦잠을 자는 자녀가 있다면 먼저 자녀에게 ‘10시에 잠들기’, ‘9시 전에 일어나기’ 등 자신이 생각하는 대안을 다섯 가지 정도 써보게 하고 엄마가 그중 괜찮은 것을 세 가지 정도 추린 다음 아이가 가장 선호하는 것을 한 가지 고르게 한다. 이처럼 두 사람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대안을 세우면 갈등이 사라진다.

⑨ 언어·비언어 표현에 모두 신경 쓰라

자녀에게 피해야 할 말은 비난, 평가, 우롱, 심리분석, 탐문, 위협, 비교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안 좋은 말인 걸 알면서도 이런 말을 무심코 사용한다. 그러나 언어보다 중요한 것이 비언어다. 자녀는 엄마가 말할 때의 분위기, 표정, 태도, 몸짓 등 비언어적인 부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 엄마는 자녀에게 “그래, 너 그럴 수 있다는 거 다 이해해”라고 말하자, 딸이 “근데 엄마 표정은 왜 그래?”라고 반문했다며 부끄러워했다. 책에서 읽은 대로 말하긴 했는데 딱딱하게 굳은 표정까지 감추지는 못한 것이다.

⑩ 부모교육을 받아라

부모교육을 받다 서로 알게 된 윤지영(41), 이정온(40), 신진숙 씨는 “부모교육을 받고 나서 내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와의 관계가 몰라보게 좋아지고 가족 분위기도 밝아졌다.

두란노아버지학교, 두란노어머니학교는 각각 전국 80여 개 지부, 전국 21개 팀에서 부모교육을 실시한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도 전국 32개 지역 협의회에서 ‘LPT 부모교육 코스’를 운영한다.

도움말: 장성욱 두란노어머니학교 교육팀장, 권희정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수석강사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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