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노총때문에 비정규직법 후퇴” 盧정부때도 지적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자료 자의적으로 재해석…내놓은 해법 현실성 없어
일시에 모두 무기계약 되면 노동시장 큰 혼란 휩싸일것”

현행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만든 노무현 정부가 법 시행 전부터 이미 이 법에 대해 ‘입법 과정에서 비정규직 보호는 강화됐지만 고용 또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약화돼 시장의 반응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동아일보가 8일 단독 입수한 ‘참여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정책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보호와 유연성의 불균형

법 시행을 한 달 앞둔 2007년 6월 발간된 이 보고서는 “비정규직 관련 입법으로 불합리한 차별과 남용으로부터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노동계,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영향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측면은 강화됐지만 고용 또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약화됐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 관련법은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의 철학을 충분히 담고 있었다”며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의 기간 제한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해 파견대상 업종 열거 방식을 네거티브(negative) 방식에서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 변경해 유연성이라는 정책목표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네거티브 방식은 열거된 업종을 빼면 모든 업종이 파견이 가능한 것을 말하며, 반대로 포지티브 방식은 열거된 업종만 파견이 가능하다. 따라서 네거티브 방식이 노동시장 유연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보고서는 또 “유연성 약화에 따른 시장 반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말은 기업이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어떤 방법을 택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라며 “현재에는 비정규직 계약 해지라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의적으로 자료 재가공”

이 보고서는 2006년 11월 법 통과 시 민주노동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행태에 대해서도 낱낱이 기록했다. 보고서는 “민노당이 물리력을 동원해서까지 법안 심의를 막는 동안 민주노총은 제출된 법안에 다양한 방법으로 흠집 내기 전략을 구사했다”고 밝혔다. 또 “민노당은 2006년 3월 노동계가 사용하는 비정규직 개념으로 노동부 용역보고서(한국노동연구원의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시행효과 예측’)를 (임의로) 재가공해 자료를 만들었다”며 “이 결과를 근거로 ‘노동부 연구에 따르더라도 (이 법으로 인한) 비정규직 근로자 감소 효과는 없다’는 비판을 하고 이를 홍보자료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분석 내용이 자의적임에도 이를 통해 정부가 관련 자료를 은폐한다는 비난으로까지 몰고 갔다”고 적시했다. 민주노총의 행태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민주노총은 법안이 통과될 조짐이 보이면 그때마다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소속 조직 근로자들을 독려하고 반대 분위기를 확산시키려 했다”며 “그러나 20차례에 이르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은 실제로 파업으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파업을 하더라도 규모가 작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사용사유제한’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때 사용사유를 제한했던 독일이 왜 다시 기간제한으로 전환했겠느냐”며 “검증과 분석을 안 해도 이는 현실성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도이기 때문”라고 밝혔다. 또 “일정 시점을 기해 법이 정한 사용사유가 없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모두 무기계약자로 간주한다면 우리 노동시장은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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