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윷놀이 하다보니 어느새 우린 이웃”

  • 입력 2009년 7월 3일 06시 46분


대전 ‘두드림봉사단’ 새터민 15명과 야유회

“보잘것없는 저희를 이렇게 환대해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혼자 살아 의지할 곳도 없는데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1일 오후 1시 대전 서구 장태산 휴양림. 새터민의 정착을 돕는 ‘두드림 봉사단’과 처음 야외 나들이에 나선 15명의 새터민(탈북자)들은 대화 시간이 되자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같이 사는 식구가 없다는 김모 할머니(72)는 고마움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새터민들은 이날 윷놀이, 노래자랑 등 전통놀이와 장기자랑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두드림봉사단이 이들을 야외까지 이끌어내는 데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불안감과 소외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새터민들은 주변의 관심마저 감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려 사진도 같이 찍으려 하지 않아요. 봉사단이 전화를 해도 누구냐, 어떻게 알고 전화했느냐고 집요하게 물어요. 일부는 전화 잘못 걸었다며 일방적으로 끊기도 하지요.”

김명자 두드림봉사단장은 “많은 설득 끝에 25명으로부터 야유회 참석 약속을 받았는데 갑자기 10명이 불참했다”고 말했다.

두드림봉사단은 새터민들의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23일 발족됐다. 이영희 서구자원봉사센터장(혜천대 교수)은 “새터민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1만2000명, 대전에는 400명을 넘어섰으나 생활안정과 지역사회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봉사단원은 서구자원봉사센터 소속의 자원봉사자 65명. 그동안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여 왔지만 새터민의 경우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교육도 받아야 한다.

자원봉사 업무를 담당하는 대전 서구 생활지원과 최부덕 씨는 “두드림봉사단은 앞으로 새터민들과 1 대 1 결연을 맺어 신뢰를 쌓으면서 건강, 직장, 결혼, 자녀교육 등 여러 고민의 해결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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