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150일… 전철련 여전히 빈소 점거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경찰, 장례식장 출입구부터 방문객 일일이 확인

병원측 사용료 못받고 정부-유족 합의만 기다려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가 18일로 발생 150일째를 맞았지만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및 유가족 측은 여전히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의 사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면서 정부 측과 맞서고 있다.

18일 용산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주변. 희생자 5명의 모습을 담은 걸개그림,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 농성 중인 천막 등으로 어수선했다. 이날 범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사과, 책임자 처벌, 유가족에 대한 배상, 구속자 석방”을 요구했다.

희생자 시신이 안치돼 있는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장례식장 출입구에서 수배 중인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의장 등을 검거하기 위해 수배전단과 방문객의 얼굴을 일일이 대조했다.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4층 VIP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의 점거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전철련과 범대위 측은 3층과 4층, 4층과 5층을 잇는 계단을 노끈 등으로 막아 놓았다. 기자가 4층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전철련 회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뒤따라 타더니 “범대위의 허락 없이는 4층에 갈 수 없다”며 제지했다.

기왕에 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잠깐 둘러본 4층에는 중년 남성 10여 명이 낮잠을 자거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장례식장 주변을 검문 중인 한 경찰관은 “유족들은 낮에는 용산 참사 현장에 갔다가 저녁 때 장례식장에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청소 직원은 “전철련 남경남 의장이 4층에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여기 직원들도 무서워 함부로 말을 못한다”며 낮게 속삭였다.

장례식장도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 총 3억9000여만 원에 달하는 장례식장 사용료 가운데 유족들이 정산한 금액은 6500여만 원. 4층 VIP실의 하루 사용료는 140여만 원이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이젠 나가라는 말도 못하고 체념한 상태”라며 “정부와 유가족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참사 발생 전 한 달 평균 80여 건에 달했던 장례식장 이용 건수는 4층이 점령된 이후 반으로 줄었다.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숨진 환자의 가족조차 살벌한 분위기 때문에 다른 장례식장으로 간다는 것.

유가족과 범대위 측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정부 측과 철거민의 대화 자체가 막혀 있어서 사태 수습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범대위 기자회견장에 있던 한 시민은 “정부와 철거민 유가족 모두 명분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며 “일단 유가족이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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