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운전자의 끔찍한 초등생 살해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차로 친 뒤 사고 숨기려 공기총 7발 쏴 살해 유기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을 친 40대 남자가 이 사실을 감추려고 초등학생을 공기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모 씨(48·인테리어업)는 4일 오후 광주 북구 일곡동에서 술에 만취한 채 승합차를 몰다 A 군(11)을 치었다. 이 씨는 범행을 감추려 다친 A 군을 차에 싣고 20여 km 떨어진 전남 담양군의 한 저수지로 향했다. 평소 사냥을 즐기던 이 씨는 공구함에 갖고 다니던 공기총을 꺼내 뒷좌석에서 신음하던 A 군의 왼쪽 머리와 가슴 등에 7발을 쐈다. 시신은 담양군 남면 만월리의 한 계곡에 버렸다.

이 씨는 지인에게 “아이를 죽여 계곡에 버렸다”는 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지인의 신고로 10일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A군이 차에 치여 숨졌고 겁이 난 나머지 시신을 야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A 군이 교통사고가 아니라 총상 때문에 숨진 사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을 통해 밝혀졌다. 11일 경찰이 시신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총상이 미세해 눈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12일 부검 결과, 시신에서 납탄이 발견돼 총상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이 씨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사이 A 군의 가족은 4일 오후 태권도장에 간다며 집을 나선 아이가 들어오지 않자 전단지 4000장을 만들어 돌리며 애타게 A 군을 찾았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은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구속된 이 씨에 대해 살인 및 시체유기, 총기불법소지 혐의를 추가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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