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 사람/폴리텍Ⅳ대학 이권현학장

  • 입력 2009년 6월 9일 06시 27분


백수 졸업생? 우린 졸업=취업!

현장실무형 인재 양성 노력

7개학과 취업률 90% 훌쩍

5일 대전 동구 가양2동 한국폴리텍Ⅳ대학 이권현 학장실. 5평 남짓한 학장실에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소파도 없었다. 대신 가로 2.5m, 세로 1.5m짜리 ‘워킹 테이블(Working Table)’만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대학 학장실이라기에는 너무도 초라했다. 학장실이 본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이권현 학장(61)은 “경비를 절감해 학생 교육을 위한 예산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2006년 한국폴리텍Ⅳ(대전·충청권역)대학 학장으로 취임한 그는 전국 40개 폴리텍 대학 중 유일하게 올해 재임에 성공했다. 폴리텍 대학은 종전의 기능대로, 산업체에서 필요한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노동부가 설립한 2년제 대학이다.

이 학장은 “학교 주변 사람들이 ‘폴리텍 대학이 야간대학으로 변했냐’고 묻곤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 졸업 즉시 취업할 수 있도록 밤늦게까지 붙잡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장은 모든 학교 자료에 ‘졸업이 곧 취업인 대학’이라는 말을 써 놓도록 하고 학교 정문입구와 본관 건물 벽에는 졸업생들의 취업 실적을 낱낱이 써놓은 플래카드를 걸도록 했다. 이름과 회사명, 연봉까지 모두 공개했다. 그는 “졸업생들이 얼마나 좋은 곳에 잘 취업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7개 학과의 평균 취업률은 90%가 넘는다. 4년제 명문대학도 쉽지 않은 실적이다. 이런 결과는 이 학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FL(Factory Learning)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이 시스템은 기업 현장 적응력 및 실무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해 학생들의 취업을 보장하자는 것. 이를 위해 일정 기준의 이론 및 현장 실무학점을 취득하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때문에 2006년에는 46%, 2008년에는 60%만이 졸업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또 입학 때부터 취업 후 5년까지 지도를 책임지는 ‘소그룹 지도교수제’도 도입했다.

이 학장의 노력은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지식경제부로부터 한국서비스품질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한국언론인협회로부터 한국산학협력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소기업혁신대전에서는 산학연 부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대학 평가에서도 취임 초기 중간 순위였으나 올해는 1위를 받았다.

이 학장은 4년제 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을 못한 청년 실업자들을 위해 7월경 CL(Cross Over Learning)시스템을 새로 공개할 예정이다. 노동부도 이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태식 교학처장은 “많은 4년제 대학들이 벌써부터 이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찾아 온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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