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2007년 한 해 동안 내뿜은 이산화탄소는 약 310억 t. 1인당 매일 13kg을 방출한 셈이다. 이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재촉하며 곳곳에서 지구를 신음하게 하고 있다. 5일 유엔이 정한 ‘환경의 날’을 맞아 과학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올해 실린 연구 결과를 토대로 2100년 지구의 모습을 예측해 봤다. 상상 속의 미래 환경은 말 그대로 암울하다.》
열대우림 점차 줄어들면서 나무늘보 등 삶의 터전 잃어
해수면 평균 60~90cm 올라 을숙도-뉴욕월가 등 잠길수도
○ 세계 인구 절반 굶주려
과학자들은 2100년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열대지방에선 쌀과 옥수수 생산량이 20∼40% 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국도 식량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기온이 오르면 벼가 빨리 성숙해 몸집이 작고 약해진다. 국립농업과학원 이정택 기후변화생태과장은 “평균기온이 5도 오르면 국내 쌀 생산량이 평균 15% 정도 감소할 것”이라며 “현재 전남이 19.4%로 가장 많이 줄어들고 강원이 10.2%로 가장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집 잃은 아마존 나무늘보
나무늘보와 오리너구리, 개미핥기.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대표적인 희귀동물이다. 2100년 이들은 삶의 터전과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2도 오르면 아마존 열대우림의 20∼40%, 3도 오르면 75%, 4도 오르면 85%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구의 허파’란 별명도 더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2005년 극심한 가뭄 이후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을 상당 부분 잃었다. 오히려 해마다 30억 t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미국 서부의 울창한 숲은 2100년엔 사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하다. 이곳에선 최근 17년 만에 나무가 죽는 속도가 2배로 빨라졌다. 이 지역 평균기온이 0.56도 높아진 탓이다. 온도가 오를수록 나무 해충은 더 활발히 활동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임종환 박사는 “30년 전 국내에서 연간 한 번 생기던 아열대성 해충 솔나방이 최근엔 2회 이상 발생하고 있고, 거의 없던 아열대성 해충 꽃매미가 2006년부터 서울과 경기, 전북 정읍, 경북 상주 등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사라지는 뉴욕 월가
2100년까지 해수면은 평균 60∼90cm 오른다. 곳에 따라서는 이보다 20cm 더 오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대 110cm 상승하면 해발 1m에 불과한 미국 뉴욕의 월가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만약 남극 대륙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약 57m 올라갈 것으로 예측한다. 해안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긴다.
3면이 바다인 한국은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조짐은 지금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따르면 1987년 용머리해안을 따라 만든 780m 길이의 산책로에 지금은 바닷물이 찰랑일 정도로 들어와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임관창 주무관은 “해수면이 1m 오르면 서울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국토가 물에 잠겨 31만3000여 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해평야와 을숙도 등이 침수되거나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호주 해안 산호 멸종 코앞
산호는 2050년 성장을 멈춘다. 호주 해양과학연구소는 “호주의 대표적 산호 서식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군락에서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산호의 성장이 14% 이상 줄었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전 세계 산호의 20%가 이미 죽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바닷물 온도 상승과 함께 해양 산성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으면서 바닷물의 pH를 낮추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바다의 평균 pH는 8.2. 한국해양연구원 주세종 박사는 “2100년이면 7.8로 내려갈 것”이라며 “바닷물이 산성으로 변하면 조개나 소라 같은 생물은 특히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