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폐교에서 배우는 ‘생명의 소중함’

  • 입력 2009년 5월 14일 06시 25분


■ 경북 군위 환경교육 대안공간 ‘간디문화센터’

“선생님, 여기에도 물 좀 뿌려 주세요. 이렇게 심으면 되나요? 초록 빛깔이 나는 어린잎이 정말 예쁜 것 같아요.” 10일 아카시아 꽃향기가 물씬 나는 팔공산 부근에 자리 잡은 간디문화센터(경북 군위군 소보면 서경리)의 ‘생명농장’ 텃밭에 생기가 넘쳤다.

○ 초등생 농사-황토염색 체험 등 주말학교 인기

9일 이곳에 도착한 대구와 경북 지역 초등학생 26명과 자원봉사에 나선 여대생 등 40여 명이 함께 옥수수 모종을 심느라 분주히 손길을 놀렸다. 이곳에서 매달 열리는 ‘왁자지껄 주말학교’에 참여한 이들은 다양한 놀이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배웠다. 송원초교 5학년 남도욱 군(11)은 “옥수수를 밭에 직접 심어보고 황토염색도 해봤는데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다”면서 “처음 만난 다른 학교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친구로 사귈 수도 있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간디문화센터가 지역 주민들이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센터는 2년여 전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환경운동가, 사업가, 회계사, 교사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 폐교된 서경초등학교를 새로 단장해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시골의 소담스러운 풍경이 물씬 배어 있는 나지막한 야산에 위치한 이 센터에서는 지난해 전국의 대안학교 학생들이 인문학 캠프를 개최했고 주민 150여 명은 늦가을 축제를 열기도 했다.

올해는 매달 한 차례 초등학생들이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신의 끼를 발산하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주말학교가 열리고 있다. 프로그램은 황토염색, 옥수수 심기, 공동체놀이 등으로 진행되며 1박 2일간 매 끼니는 센터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음식이 제공된다. 특히 초콜릿, 사탕, 우리밀로 구운 쿠키 등을 미리 지급받은 쿠폰으로 사고파는 ‘공정무역’과 나누는 삶의 의미를 배우는 체험학습도 실시한다. 9일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강사로 나와 준비한 손수건 등에 황토염색을 하도록 지도했다.

○ 매달 다문화 가정 위한 미니 축제도

이곳에서는 또 매달 한 차례 지역에 거주하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가정을 위한 미니 축제도 열린다. 이 센터의 ‘음악도서관’도 자랑거리. 약 250m²의 실내공간에 기증받은 음반 7000여 장과 갖가지 음향기기를 갖춰 놓고 방문객에게 클래식음악 등을 들려준다. 올해 하반기에는 지역 주민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방침이다. 다음 달부터는 군위군 소보면 장날에 바자와 공연을 곁들인 문화축제를 연다.

○ 텃밭 330㎡ 주말농장 분양도

이와 함께 15일부터 30일까지 생명농장 텃밭 330m²를 일반인에게 분양한다. 1인당 16m²가량의 텃밭을 분양하는데, 참가자는 매월 관리비로 5000원만 부담하면 되고 11월까지 자신이 원하는 작물을 키워 수확할 수 있다. 대구 지역에서 20년간 환경운동을 해 온 간디문화센터 대표 문창식 씨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대안학습을 체험하고 공동체 정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문화사업을 실천하는 터전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054-382-3749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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