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전략적인 비교과 활동’으로 대입 성공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7분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이나 해외 명문대학 입학전형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비교과 활동’은 과연 무엇일까? 비교과 활동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평가하는 걸까? 대학입학사정관과 특목고·자사고의 국제반 진로 담당교사들은 “지원자가 어떤 활동을 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계기로 시작했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며, 얼마나 지속적으로 활동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자신만의 기획력과 스토리가 있다면 금상첨화. 탁월한 비교과 활동으로 국내외 대입에 성공한 학생들의 사례와 그들의 활동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살펴보자. 이를 통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깨끗한 손’ 만들어 꿈을 키우다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 리더십특기자 전형 합격]

경기 수원 청명고를 졸업한 박용흘 씨(18)는 ‘사회법을 전공한 인권변호사’라는 꿈을 갖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박 씨는 고1 때 교내 법 동아리 ‘마니 풀리테’(이탈리아어로 ‘깨끗한 손’이라는 의미로 1992년부터 이탈리아에서 전개된 부패추방운동)를 결성했다. 법을 좋아하는 친구 5명과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청소년의 법과 생활’이라는 교재로 공부했다. 고2 때는 법무부 주최 ‘전국고등학생·대학생모의재판대회’에 출전해 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고2 때는 ‘제4회 전국고등학생통일 토론·논술대회’에서 통일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토론 실력을 검증받았고, 3학년 땐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국가청소년협력위원회 참여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창민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박 씨는 동아리를 직접 만들면서 진로와 관련된 활동 경력을 착실히 쌓았고, 대회 수상 실적에서 종합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일관성 있는 활동은 그 분야의 전문가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박 씨의 활동에는 ‘법’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부모의 등쌀에 밀려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활동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한 점이 돋보였다.

방학 내내 ‘물리’만 팠다

[미국 올린 공대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

민사고를 졸업한 문승환 씨(18)는 2007년 1학기에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혜움나래’(‘생각의 날개’라는 뜻의 우리말)라는 물리탐구토론 비공식 동아리를 만들었다. 문 씨는 부원과 함께 4박 5일 동안 합숙하며 영어로 물리에 관해 토론하는 ‘한국 청소년 물리토너먼트대회(KYPT)’를 준비했다.

학기 중에는 정기적으로 연구 모임을 가졌고 방학 때는 자발적으로 기숙사에 남아 실험실을 지키며 실험과 토론을 반복했다. 실험을 위해 필요한 장치는 서울 청계천과 구로동 공구상가를 다니며 재료를 구해 직접 만들었다.

문 씨와 동아리 부원들은 고3 때 KYPT에서 14가지 물리실험 문제를 탐구해 토론을 벌인 끝에 1위를 차지했다. 기초과학과 물리실험에 관심 있어 동아리에 지원한 후배들에게 물리 실험 시범과 함께 토론 노하우를 전했다.

문 씨는 미국 올린 공대에서 물리학을, 부원 김현문 씨(18)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수학을, 이돈석 씨(18)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응용물리학을, 백인수 씨(18)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물리학과 통합과학을, 최원호 씨(18)는 미국 예일대에서 물리학과 철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김연수 민사고 국제반 3학년 대표 어드바이저]

문 씨와 친구들은 물리학과 물리 실험을 매우 좋아하는 ‘내적 동기’가 살아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들이 방학 동안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학원을 다닐 때 이 학생들은 학교 물리실험실을 청소하며 실험문제를 탐구했다. 동아리 활동을 입시 때 잘 보이기 위한 하나의 ‘포장’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적성을 강화시키고 팀워크를 통해 사회성을 발전시킨 점이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능을 수치적 자료에만 의존해 평가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르지만, 비교과 활동을 에세이와 추천서를 통해 인정하는 미국 대학의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합격이 가능했을 것이다.

‘영어로 변론’, 활동으로 보여준다

[영국 옥스퍼드대 법대 합격]

용인외고를 졸업한 서재희 씨(18·여)는 다섯 개의 동아리 활동을 했다. 어려서부터 영어를 좋아했고 법대 진학을 목표로 삼은 서 씨는 영어연극 동아리, 영문학 토론클럽, 모의법정 동아리, 영어교육 봉사동아리, 저널리즘 클럽에 참여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봉사 동아리 ‘에듀잉’의 멤버로 인근 도서관에서 초등생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영어를 가르쳤다. 대표로 활동한 영어연극 동아리에서는 학교 축제 때 공연할 영어 연극의 극본을 직접 쓰고 연출과 연기에 참여했다. 모의법정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모의 재판을 하며 쌓은 실력으로 ‘서울 모의유엔-국제사법재판소(MUNOS-ICJ)’ 포럼에서 최고의 변호사 상을 받았고, ‘전국영어모의법정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김묘중 용인외고 국제진로부장]

서 씨는 탁월한 영어실력에다 ‘영어’와 ‘법’이라는 주제로 일관성 있는 봉사활동을 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법조인은 법으로 논쟁을 해야 한다. 말(법적 지식과 논리)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변론은 언어 문제와 직결된다. 평소 영어 관련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영어실력을 인정받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학이 학생의 잠재력을 본다면 영국은 전문성에 주목한다. 서 양은 전문성이 각종 활동에서 드러났다.

‘레고 로봇’에서 꿈을 찾다

[중앙대 다빈치 전형 전자전기공학부 합격]

경기 안산 동산고를 졸업한 김진희 씨(18·여)는 고교 때 로봇 동아리 ‘상상(想像)’에서 활동했다. 레고 로봇을 연구하는 이 동아리에서 김 씨는 ‘로봇 프로그래밍’ 분야를 맡았다.

김 씨는 한양대에서 개최하는 로봇교실에서 초등생에게 레고 로봇을 선보이고 로봇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일일교사로 나섰고, 경기도 과학축전에서 ‘레고로봇교실’을 운영해 어린이들에게 움직이는 로봇을 시연하기도 했다.

동아리는 2006년 전국창작지능로봇경진대회에서 은상을, 2007년 전국과학동아리활동발표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김 씨는 동아리에서 로봇 프로그래밍을 연구하다 ‘전자기기 프로그래머’라는 꿈을 갖게 됐다고 자기소개서에 밝혔다.

[김보나 중앙대 입학사정관]

김 씨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본인이 각종 대회를 준비했던 연구보고서를 꼼꼼히 기록해 제출한 것과, 리더는 아니었지만 동아리 내 자신의 역할(로봇 프로그래머)에 자신감과 긍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세계로봇올림피아드(WRO)에서 수상을 못했던 경험에 대해 ‘더 열심히 연구할 수 있게 한 동력’이라고 자평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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