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달러 애들에게 보냈다” 權여사, 100만달러 진술뒤집어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7분


어버이날인 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효도관광을 온 어르신들이 이른 오전부터 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어버이날인 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효도관광을 온 어르신들이 이른 오전부터 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 盧측 사용처 자료 금명 제출

당초 “빚갚는데 썼다” 주장
송금 증거 제시에 말 바꿔
검찰, 權여사 재소환
사용처-액수 조사 방침

“100만 달러 모두 빚 갚는 데 썼다.”(4월 11일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의 진술)

“100만 달러 중 40여만 달러는 애들에게 보냈다.”(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9, 10일 제출할 기록)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진술이 바뀌고 있다. 2007년 6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권 여사가 받았다는 100만 달러의 용처와 관련해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해명이 달라진 것.

○ 더 물러설 곳 없는 권 여사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체포된 지난달 7일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정 비서관의 혐의는 저의 집사람(권 여사)이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이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와 3억 원 모두 ‘일단’ 권 여사가 떠안은 것.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진술에 따라 이 돈을 모두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보고 수사해 왔으나 갑자기 권 여사가 등장해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주장하자 당황했다. 권 여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영장 담당 판사에게 같은 내용의 문서를 팩스로도 보냈다. 이 때문인지 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은 다음 날 ‘소명 부족’으로 기각됐다. 권 여사는 부산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때에도 “그 돈은 모두 내가 달라고 해서 빚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 후 검찰은 권 여사가 대통령제2부속실 행정관을 시켜 아들 노건호 씨와 딸 노정연 씨에게 수십만 달러를 송금한 것을 확인했고, 노건호 씨가 권 여사에게서 받은 돈 일부를 미국에서 투자한 기록도 포착했다. 게다가 노건호 씨가 이 돈으로 미국에서 살 집을 구하는 데 국가정보원 직원이 도움을 준 뒤 이를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까지 조사가 됐다. “모두 빚 갚는 데 썼다”는 권 여사의 주장이 신빙성을 잃게 된 것.

권 여사는 이르면 9일 검찰에 제출할 100만 달러 용처 기록에 “100만 달러 중 40여만 달러를 미국에 있던 아들딸에게 보냈으며 나머지는 빚 갚는 데 썼다”면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8일 “노 전 대통령 측이 검찰과 용처의 액수 등을 맞춰 보면서 기록을 정리 중이다”라며 “자녀들에게 송금한 게 있다는 정도로 정리된 것 같고 그 나머지는 원래의 진술대로 개인 빚이라고 하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 검찰, 盧 측 신빙성 무너뜨리나

이미 정 전 비서관이 받은 3억 원에 대한 권 여사의 진술도 거짓말로 드러난 바 있다. 권 여사는 검찰 신문에서 “100만 달러와 함께 3억 원도 내가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받아 빚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이 3억 원은 권 여사가 아닌 정 전 비서관이 횡령한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과 함께 차명계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권 여사를 재소환해 이 3억 원과 100만 달러에 대한 진술을 다시 받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권 여사 소환으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노 전 대통령 측 주장의 변화를 조서화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는 취지의 전체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상당히 떨어뜨릴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권 여사는 4월에 작성한 1차 진술조서와는 확연히 다른 진술을 할 수밖에 없다. 또 검찰은 100만 달러가 권 여사의 개인적인 채무 변제가 아닌 노 전 대통령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쓰였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이 100만 달러의 존재에 대해 모를 수 없었다는 정황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

검찰은 조만간 권 여사를 비공개 소환 조사한 뒤 다음 주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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