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살카페를 만든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6일 “웹 포털사이트에서 자살카페를 만들어 동반자살을 주도한 카페 운영자 김모 씨(30)를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3일 ‘마지막 동반살자’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개설해 안모 씨(34) 등 회원 4명을 모집해 동반자살을 실행하기로 한 혐의(자살방조미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포털사이트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단어 대신 앞뒤를 바꿔 ‘살자’라는 표현을 써 카페를 개설했다.
이 카페는 다음 날 바로 폐쇄됐지만 김 씨 등 5명은 메신저와 포털사이트 쪽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쪽지로 메신저에서 만날 시간을 정한 후 메신저에서 만나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웠다. ‘강원도에서 자살하는 건 어때요?’ ‘요즘 언론에서 많이 나와 강원도는 위험합니다. 신촌은 교통도 편리하고 다 아실 테니 신촌에서 만나 인근 모텔에서 실행하는 것으로 합시다’는 등의 메시지가 오갔다.
이들은 25일 오후 4시경 신촌에 있는 한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경남 마산시에 사는 회원 김모 씨(28·여)가 사정으로 오지 못해 26일 오후 4시로 계획을 미뤘다. 하지만 그 사이 호기심으로 가입했던 카페에서 회원들이 진지하게 자살을 계획하자 겁이 난 회원 이모 씨(35)의 제보로 이들의 자살 계획이 경찰에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25일 오후 1시경 이 씨의 신고를 받고 지방경찰청과 공조해 수사를 벌인 끝에 12시간 만에 이들의 소재를 모두 파악해 김 씨를 검거하고 나머지 회원은 가족과 보호시설에 신병을 넘길 수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데 일거리가 없어 돈을 못 벌게 돼 자살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잇따르는 집단 자살 사건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인터넷에서 자살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무조건 형사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자살을 계획하던 한 여중생이 동반자살할 사람을 찾는다며 보낸 인터넷 쪽지가 경찰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19일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자살한 A 씨(21)의 웹 포털사이트 계정의 쪽지함을 수사하던 부산 서부경찰서는 쪽지함에서 박모 양(15)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그런데 꼭 일요일에만 가능하신건가요?’라고 보낸 쪽지를 발견했다. 경찰은 박 양의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인적사항과 주소를 알아낸 후 24일 박 양을 만나 설득한 끝에 자살을 포기하게 했다.
경북 봉화서 2명 동반자살
한편 경북 봉화군에서는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 오후 4시경 경북 봉화군 법전면 어지리 옆 도로의 노루재휴게소 공터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김모 씨(26)와 이모 양(18)이 뒷 자석에 연탄을 피워 놓고 숨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경찰관이 발견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봉화=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