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자살카페 ‘실행’ 하루전 막았다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변심한 회원 제보… 4명 모집한 운영자 붙잡혀
부산선 상대 찾는 쪽지 보낸 여중생 설득끝 구해

인터넷 자살카페를 만든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6일 “웹 포털사이트에서 자살카페를 만들어 동반자살을 주도한 카페 운영자 김모 씨(30)를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3일 ‘마지막 동반살자’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개설해 안모 씨(34) 등 회원 4명을 모집해 동반자살을 실행하기로 한 혐의(자살방조미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포털사이트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단어 대신 앞뒤를 바꿔 ‘살자’라는 표현을 써 카페를 개설했다.

이 카페는 다음 날 바로 폐쇄됐지만 김 씨 등 5명은 메신저와 포털사이트 쪽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쪽지로 메신저에서 만날 시간을 정한 후 메신저에서 만나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웠다. ‘강원도에서 자살하는 건 어때요?’ ‘요즘 언론에서 많이 나와 강원도는 위험합니다. 신촌은 교통도 편리하고 다 아실 테니 신촌에서 만나 인근 모텔에서 실행하는 것으로 합시다’는 등의 메시지가 오갔다.

이들은 25일 오후 4시경 신촌에 있는 한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경남 마산시에 사는 회원 김모 씨(28·여)가 사정으로 오지 못해 26일 오후 4시로 계획을 미뤘다. 하지만 그 사이 호기심으로 가입했던 카페에서 회원들이 진지하게 자살을 계획하자 겁이 난 회원 이모 씨(35)의 제보로 이들의 자살 계획이 경찰에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25일 오후 1시경 이 씨의 신고를 받고 지방경찰청과 공조해 수사를 벌인 끝에 12시간 만에 이들의 소재를 모두 파악해 김 씨를 검거하고 나머지 회원은 가족과 보호시설에 신병을 넘길 수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데 일거리가 없어 돈을 못 벌게 돼 자살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잇따르는 집단 자살 사건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인터넷에서 자살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무조건 형사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자살을 계획하던 한 여중생이 동반자살할 사람을 찾는다며 보낸 인터넷 쪽지가 경찰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19일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자살한 A 씨(21)의 웹 포털사이트 계정의 쪽지함을 수사하던 부산 서부경찰서는 쪽지함에서 박모 양(15)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그런데 꼭 일요일에만 가능하신건가요?’라고 보낸 쪽지를 발견했다. 경찰은 박 양의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인적사항과 주소를 알아낸 후 24일 박 양을 만나 설득한 끝에 자살을 포기하게 했다.

경북 봉화서 2명 동반자살

한편 경북 봉화군에서는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 오후 4시경 경북 봉화군 법전면 어지리 옆 도로의 노루재휴게소 공터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김모 씨(26)와 이모 양(18)이 뒷 자석에 연탄을 피워 놓고 숨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경찰관이 발견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봉화=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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