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베트남 火電’ 수주 - 600만달러 묘하게 시기 겹쳐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사업 추진때… 정상문에 3억원

입찰 부치자… 靑에 100만달러

사업권 획득… 500만달러 요청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2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A4용지 7장 분량의 서면질의서를 보낸 것은 2007년 6월과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총 600만 달러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정짓기 위한 절차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가 건네진 것을 알았던 시점과 대통령 직무의 관련성을 가려 이 돈이 ‘뇌물’인지 판단할 방침이다.

○ 檢,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 주목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네진 600만 달러는 모두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건너갔다. 상식적으로 곧 퇴임할 대통령 쪽에 거액을 건넨 것에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이 추진한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06년 8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이때 박 회장은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3억 원을 건넸다. 베트남 정부가 화력발전소 사업을 국제입찰에 부친 2007년 6월은 박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가 청와대 관저로 전달된 때와 일치한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 방한했던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박 회장을 “내 친구”라고 소개했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다음 날 박 회장을 만났고,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박 회장은 사업권을 따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는 이때쯤 베트남에 있던 박 회장을 찾아가 500만 달러 송금을 요청했다. 임기 말인 데다 정권교체까지 확정돼 겉으로 보기엔 힘없는 대통령이었지만, 베트남 사업에 있어 노 전 대통령의 도움은 컸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이 사업과 관련해 2006년 11월∼2007년 12월 청와대, 외교통상부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부탁받고 당시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의 교감 아래 그 같은 지원이 이뤄졌고, 노 전 대통령도 직접 지원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 2008년 2월 22일 송금 미스터리

박 회장이 연 씨 계좌로 500만 달러를 송금할 것을 홍콩 현지 은행에 요청한 시점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2008년 2월 22일이다. 이날은 금요일로 은행 영업일 기준으로 하면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는 이틀 뒤인 일요일(24일) 밤 12시까지였고, 월요일인 25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 노 전 대통령이 ‘뇌물죄’가 적용되는 공무원 신분을 벗어나 민간인이 되는 시점이었다.

박 회장이 500만 달러의 ‘중간 기착지’인 연 씨에게 송금을 요청한 날짜는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지만 이 돈이 노 전 대통령 측의 수중에 들어가는 시점은 자연스럽게 퇴임 이후가 되는 것이다.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를 보내기로 사전에 협의한 뒤 돈을 보내는 날짜만 맞췄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박연차에게 받은 상품권 1억원어치

鄭 “압수수색 겁나 갈아 없앴다”▼

“백화점 상품권 1억 원어치를 모두 파쇄기에 갈아 없애버렸다.”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구속)은 2005년 1월 초 서울 S호텔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건네받은 백화점 상품권 1억 원어치(50만 원권 200장)를 어떻게 했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최근 이같이 진술했다고 한다. 21일 구속된 정 전 비서관의 혐의에는 상품권 1억 원어치를 받은 것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2004년 12월 3일 부산 L백화점에서 50만 원권 상품권 600장(3억 원어치)을 한꺼번에 사들인 것에 주목해 용처를 추적한 끝에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구속)에게 1억 원어치,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5000만 원어치가 건네져 사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네진 상품권만 백화점에 회수되지 않아 검찰은 용처 추적에 애를 먹었다. 정 전 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07년 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S해운 관련 수사에 내가 연루되자 압수수색에 걸릴까봐 겁이 나 폐기했다”고 털어놨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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