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법 부장판사도 박연차 돈 받아”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9분


“前경찰수뇌 2명 - 檢간부 2명도 금품”

檢, 정황 포착… ‘朴씨 돈’ 건너간 뉴욕식당 사장 조사

서갑원 - 허태열 - 권경석 의원 오늘부터 차례로 소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박 회장이 경찰의 전직 최고위급 간부 2명,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1명, 검사장급 검찰 간부 1명과 부장검사 1명에게 거액의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전직 경찰 고위간부 2명은 각각 치안감으로 재직 중이던 2000년과 2004년경 박 회장에게서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흔적이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단계에서 드러났다.

지방에 근무하고 있는 이 고법 부장판사는 박 회장과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사장급 검찰 간부와 부장검사는 각각 지방과 서울에서 현재 근무하고 있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우선적으로 마무리한 뒤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법원, 검찰, 경찰의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26일부터 현직 국회의원 2, 3명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소환 조사 대상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서갑원 의원과 한나라당의 허태열 최고위원, 권경석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몇몇 의원에게 출석을 직접 통보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의원은 출석이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혀와 조사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 의원과 이광재 의원의 경우 박 회장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인 강서회관에 맡겨 놓은 달러를 건네받는 식으로 수만 달러를 받은 정황이 파악돼 이 식당 사장 K 씨를 2주 전 한국으로 불러 몇 차례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박 회장이 정치권 인사들을 태광실업의 해외 공장이 있는 중국 칭다오의 청도태광과 베트남의 태광비나로 초청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현지에서 달러를 건넸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2004년 12월 민정수석 재직 때 박 회장에게서 상품권 1억 원어치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을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출마 때 박 회장에게서 8억여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이날 각각 구속 수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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