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 ‘박연차 검은돈’ 밑천삼아 도지사-의원 선거 개입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2004년 6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도 관여한 사실이 24일 추가로 밝혀지면서 노 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경남 지역의 여러 선거에서 막후 조율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2004년 총선 당시 경남 김해갑 선거와 2005년 4월 김해갑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특정인의 출마를 권유하거나 선거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연차씨에 “마음 크게 먹고 도와줘라” 요청

경남지사 보선-김해갑 재선거때 5억씩 지원

출마에도 관여… 檢 “盧씨 큰어른 역할 한듯”

▽노건평 씨, 선거마다 개입?=2004년 6월 경남지사 보궐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는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이 출마했다. 장 씨는 출마 직후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낼 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노 씨에게 인사를 하러 갔고, 노 씨는 지원을 약속했다.

노 씨는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 크게 먹고 한번 도와줘라”고 부탁했고, 박 회장은 장 씨 쪽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태웅 전 김해시장에게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서 5억여 원을 전달했다. 전화 한 통화에 거액이 지원된 셈이다.

노 씨는 당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해 선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노 씨는 2005년 4월 김해갑 국회의원 재선거 때에도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게 박 회장이 도움을 주도록 주선했고 5억 원이 지원됐다. 이때 노 씨는 두 차례에 걸쳐 돈을 직접 전달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이 같은 노 씨의 선거 관여 행동에 대해 홍만표 대검찰청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노 씨가 (그 지역에서) 큰어른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 씨가 박 회장을 통해 불법 선거자금을 지원한 또 다른 사례가 있는지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김정권 의원 “입당 제의 받았다”=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김해갑)은 24일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도 노 씨와 박 회장이 김해 지역의 선거에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총선을 앞둔 2003년 12월경 경남도의회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지인 박모 씨가 찾아와 “위에서는 이야기가 다 됐다. 열린우리당으로 옮겨라. 내년 선거 때 필요한 돈을 지원하겠다. 낙선하면 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는 것.

당시 그 자리에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박 회장도 동석했으나 박 회장은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박 씨의 제의를 거절하자 그 뒤에 노 전 대통령 쪽 사람들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 노 씨가 전화를 해서 ‘한번 보자’고 했지만 만날 이유도 없고 이야기할 내용도 뻔할 것 같아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노 씨가 단순히 선거 지원에 머물지 않고 후보 영입에까지 관여했다는 얘기다.

▽인사에도 개입한 ‘김해 대통령’?=노 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에도 여러 차례 개입했다. 노무현 정부의 첫 조각 인사검증이 진행되던 2003년 2월 하순 노 씨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곽진업 씨가 차기 국세청장이 되는 것이 순리에 맞다. 당선자와 동향이라는 것 때문에 배제된다면 오히려 역(逆)차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생에게도 이 같은 얘기를 전했다”고 해 ‘정부 고위직 인사를 좌지우지하려는 것이냐’는 구설에 올랐다.

노 씨는 당시 “김정복 씨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내가 세무공무원을 해 봐서 사람을 잘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 씨는 박 회장의 사돈이다.

또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모 씨는 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6년 노 씨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에 대한 인사 청탁을 한 적이 있다. 이는 남편의 검찰 조서에도 다 나오는 얘기”라고 밝힌 적이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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