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경찰 물갈이’ 철회 파장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강남行 지원했다 되레 찍히기만”

“정기교체 등 인사원칙 세웠으면”

강희락 경찰청장이 서울 강남권 3개 경찰서 직원 600여 명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방침을 철회하면서 일선 경찰관들이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우선 강남권 전입 희망 의사를 밝힌 경찰관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A 경장은 “강남권 전입 신청을 했는데 물거품이 되면서 괜히 상사한테 찍히기만 한 것 같다”며 “그동안 뒤숭숭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강남 간다고 일도 안 했다’는 눈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강남은 사건이 많아 일하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고 애들 교육 때문에 이사 가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강서경찰서 B 경사도 “아내가 강남 쪽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알아보는 등 들떠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방침 번복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마포경찰서 C 경위는 “애초에 일부 경찰관의 잘못을 놓고 오래 근무한 경찰을 일괄적으로 물갈이한다는 게 잘못이었다. 사필귀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동대문경찰서 D 경위는 “조직의 가장 윗선이 바뀌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하는 게 우리 조직”이라며 “경찰 공무원도 정기적인 교체 시기를 정해 놓고 원칙 있는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침 번복으로 인한 갈등과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던 수서경찰서의 E 경사는 “전원 물갈이 방침이 철회돼 다행”이라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인사를 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은 강남지역 안마시술소 업주와 경찰의 유착 의혹이 일자 지난달 말 대대적인 물갈이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강 청장은 취임 직후인 16일 “과거 대규모 물갈이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문제가 있는 직원들을 선별 교체할 계획”이라며 방침을 바꿨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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